보건의료 대표 뉴스 - 자매지 일간보사
상단여백
HOME 기획연재 월요 칼럼
융복합혁신제품지원단을 칭찬한다
정원태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글로벌 개발본부 전무

[의학신문·일간보사] 제약회사안에는 여러 부서가 있다. R&D, 영업마케팅, 생산품질관리, 총무인사회계 등 여러 기능들이 역할을 하면서 회사가 굴러간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 기능들이 잘 협업하면 회사가 발전하고, 갈등이 심하다면 아무리 어디가 뛰어나도 회사는 퇴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연구개발(R&D)만 들여다 보더라도 어떤 제품을 개발할것인가, 규정상 어떤 CMC(chemistry manufacturing control)를 갖춰야 하며, 어떤 비임상과 임상시험이 필요하며, 그 결과 어떤 기준을 만족해야 허가 받을 수 있는지 긴 개발기간동안 생각하고, 끊임없이 수정 보완을 거치면서 나아간다.

이 과정이 잘 끝났다 해도 허가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와 보완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완이 생기면 늦게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애초에 설계가 잘못되어 되돌아 갈수 없는 경우도 있다. 기업으로서는 긴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였는데, 허가받는데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꽤 스트레스가 큰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를 관뒀다더라’ 흉흉한 소문도 돈다.

그래서 그런지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주위사람들로부터 허가당국인 식약처를 칭찬하는 소리는 듣기 힘들다. ‘미국에서는 허가 받았는데 국내에서는 까다로운 규정을 내세워서 허가가 무산되었다. FDA보다 MFDS가 더 높다’ ‘임상 3상을 큰돈을 들여서 했는데 결과치가 애매해서 결국 중앙약심까지 상정되었는데 허가가 불허 되었다’ 등 원망의 소리만 가득하다.

삼성이 폴더폰을 새로 개발했는데 결함이 발견되어 출시일을 연기했다. 기술이 충분치 않았다기보다 회사 내 어느 기능이 제역할을 다하지 않았나 짐작해 본다. 그런데 폴더폰의 허가를 내준 당국이 욕을 먹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약품은 다르다. 최근 류머티즘치료제에서 보듯 의약품은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식약처에 질타가 쏟아지니, 심사와 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웬만한 경우가 아니면 보수적이고 규정에 맞는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 칭찬받기 어려운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이 글의 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일 처리를 도와준 식약처 융복합혁신제품지원단 관계자들의 사례를 칭찬하고자 한다.

제약은 흔히 규제산업(regulatory industry)이라고 부른다. 외국계 회사들도 허가를 담당하는 기능을 흔히 RA(regulatory affairs)라고 한다. 건강에 직결되는 의약품의 특성상 수많은 법과 규정들이 있고, Valsartan사태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규정이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 생겨난다. 그런데 이런 법과 규정은 특정기업의 유·불리가 아니라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고, 국제수준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이런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을 연구하기 위한 학회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법과 규정도 인간이 만드는 것이라 모든 경우의 상황을 다 예측할 수도 포괄할 수도 없다. 개발과정의 끝에 가보니까 규정이 없어서 막다른 골목길이더라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당사는 복용량이 커서 주요 환자 층이 연하곤란을 해결하려 아주 작은 제형을 생산기계부터 개발하여 ‘cutielet’이라고 이름 짓고 NDA를 신청하였다. 규정된 유연물질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장비를 가진 기관에 의뢰해야 하는데 그런 시험을 할 수 있는 곳이 국내에선 의약품시험 지정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먼 길을 온 필자로서는 식약처 내에 여러 유관부서를 돌며 불합리성을 설득하다가 당국도 회사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기능이 나눠져 있으며, 각각 부서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 규정이 미비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을 듣던 차였다. 이런 문제를 포괄하고 협업하라는 취지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지난 3월 발족한 융복합혁신제품지원단과 상의하였다. 진단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워치나, 내시경갭슐, 항생제가 들어간 골조직 보강재같은 융복합된 혁신제품은 아니지만 규정의 경계상에 있는 의약품도 협의할 곳이 생겼다는 기대를 갖고서였다. 일을 처리하면서 시간이 생명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규정을 새로 만들어 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고, 시한 안에 안전성 유효성을 확보된 것을 확인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준 지원단의 노력에, 이런 공무원이 있구나 깊은 감명을 받았다. 설령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하더라도, 기업의 입장을 이해하고, 국민에 도움이 된다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길을 찾도록 함께 노력해줄 수 있는 당국의 관계자나 통괄 조직이 있다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마음 든든한 일이다.

다산이 쓴 목민심서의 근본 정신은 권농(勸農)과 흥업(興業)으로 요즘 말로 치면 기업친화이다. 다시 한번 수많은 민원인의 만남요청에 싫은 내색없이, 문구에 얽매이지 않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준 지원단의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혹 활자화 되어 여러 오해와 구설이 되어 칭찬은 커녕 누가 될까 사족을 달자면, 식약처 내에서 지원단과 수많은 협의를 가지는 동안 필자는 커피 한잔 산적이 없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학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포토뉴스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