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여론은 '밀리고 밀린 불가피한 선택아니냐' 냉소적
건정심 불참 등 '선별적 논의 참여' 결정도 합리성 의심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집행부가 보건복지부와 대화창구를 전면 폐쇄한지 3개월 만에 선별적으로 소통을 재개하겠다고 밝히자 의료계 내부적으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그동안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중단할 필요성도 없었으며, 결국 시간만 낭비하고 정부에 백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시각이 높다.

의협은 지난 2일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수가협상에 적극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보건복지부와 중단했던 논의기구도 선별적으로 재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왼쪽부터 의협 정성균 총무이사, 최대집 회장, 이필수 부회장

의협은 복지부와 일부 대화를 재개하는 이유로 '의사회원들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아직까지 참여할 논의기구를 확정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의협의 결정을 두고 ‘실패한 전략에 따른 불가피함’이라는 지적을 낳고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최대집 집행부의 태세전환은 의협이 항복했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라며 “수가협상과 선별적인 논의기구에 참여한다는 결정은 강경한 대응에 대한 성과물이 없다보니 전략을 바꾼 것이라고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투쟁 전문가로 뽑아놓은 최 회장이 3억원의 투쟁자금을 활용해 어떠한 성과를 얻었는지가 의문”이라며 “최대집 집행부의 문제점은 지난 과오에 대해 소회나 자평 없이 앞으로 계획만 밝히는 것도 상당히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의료계 내부적으로 의협이 선별적으로 정부와의 논의기구를 취사선택 가능하지에 대한 의문도 많아지는 분위기다.

의료계 한 중진은 “의협이 전략적 후퇴를 선택한 것 같은데 아직도 자신들의 뜻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선별적으로 대화하는 것은 장단점이 모두 존재하는데 과연 어디까지 선을 그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의협이 일부 대화를 재개하면서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경우 불합리한 구조 개편이라는 조건부로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도 존재했다.

한 외과 개원의는 “정부랑 협상을 재개한다면서 건정심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회무”라며 “의료현안은 정부와 협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와 타 직역도 함께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 개원의는 “결국 의료현안과 재정투입 등 모든 것은 건정심에서 결정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논의를 재개한다고 하여 건정심에서 이를 받아드릴지도 의문”이라며 “투쟁을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논의를 재개한 느낌”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복지부에서는 의협이 선별적이라도 대화를 재개한다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와의 대화는 언제나 환영”이라며 “의협이 대화에 들어오지 않았을 뿐 우리는 항상 대화의 장을 열어놓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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