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근거 없이 의심만으로 처벌 가능성 농후…공단 특사경 권한 부여와 연관성 의심도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에 불법 사무장병원과 관련 조사거부에 대한 기관의 처벌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명시하자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불법 사무장병원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 조사를 거부할 시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나 의심만으로도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이번 조사거부에 대한 처벌 근거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과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1일(오늘)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확정,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조의2 제2항에 따라 관보에 고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의료계가 지적하는 문제는 복지부가 계획(안)으로 내놓은 사무장병원 근절 대책의 문구가 변경됐다는 점이다.

당초 복지부는 보험급여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사무장병원 체납 처분시 독촉절차를 생략하고 환수액 징수를 강화하도록 하는 계획(안)을 내놨다.

하지만 확정된 계획에는 사무장병원에 대한 조사거부 기관에 대한 처벌 근거 마련과 불법개설 약국 적발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이에 의협에서는 복지부의 건강보험종합계획 자체가 포퓰리즘이라며,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이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사무장병원을 근절해야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그 방법론에서 정부의 방향성이 잘못된 것 같다”라며 “실제 사무장병원이 아닌데 의심을 받아 조사를 거부하게 되는 기관은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단의 특사경 권한 부여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복지부의 건강보험종합계획은 너무 부실하고, 건강보험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려 결국 건보체계가 붕괴될 가능성 농후하다”라며 “이번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에 최우선 아젠다로 설정돼야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이라고 의심을 받아 폐업했지만 소송에서 혐의를 벗은 사건도 존재한다.

이 관계자는 “조사거부의 주체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사무장병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통해 의료기관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특정한 근거 없이 강제로 처벌을 집행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반한다”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사무장병원 조사에 거부하는 기관에 대해 처벌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은 특사경과 유사한 권한을 가지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경기도 한 개원의는 “의료계가 특사경을 반대하는 이유는 조사권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무장병원이 기록을 남기지 않는 등 범죄수법이 고도화됐기 때문”이라며 “조사와 처벌만을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일부 공단 직원들이 방문확인 표준운영 지침(SOP)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처벌기준은 마련하지 않고, 오히려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만 강화해 옥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의료계가 대정부 투쟁을 준비 중인데다 지속적으로 복지부의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가 얼마나 입장차를 좁혀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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