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부족 사태’ 심화 우려…현 상황서 추가 공급 ‘난망’

한국GSK A형 간염 백신 '하브릭스' 주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올해 A형 간염 환자의 증가 추세와 관련, 일선 의료기관에서 백신 수급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져나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일부 의료기관에서 A형 간염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용 A형 간염 백신 부족 현상은 매년 지속됐으며, 이번에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환자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백신 접종 문의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A형 간염 백신은 항상 부족했다”면서 “언론 등에서 A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찾는 성인이 많아지면서 접종 물량도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짧아지는 유행 주기…근본 대책인 백신 접종은 '제자리'

지난 28일까지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된 A형 간염 환자 수는 총 3597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1067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A형 간염은 5년 주기로 유행 주기를 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올해는 그 주기가 짧아진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방역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A형 간염 발병 이후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백신 예방접종만이 발병 이전에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 성인을 대상으로 한 A형 간염 백신 접종 현황은 아직 제자리 걸음이다. NIP 시스템 부재 등의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성인 백신 부족'이다.

백신은 다른 의약품 등과는 달리 전세계적으로 생산량이 고정돼있다. GSK나 사노피 등에서 A형 간염 백신을 생산하고 있는데, 생산량이 고정돼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백신이 필요한 경우 다른 국가에 공급될 물량을 가져오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이러한 전례가 있다. 연초 홍역에 대한 검역 강화를 명분으로 성인과 의료인에 대한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혼합백신) 접종을 강화한 바 있으며, 추가적으로 필요한 MMR 수량은 국가가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할당받았다.

타 국가로 인도돼야 할 백신을 이른바 '당겨서 가져올 때' 관건은 '어느 정도의 가격으로 구매할 것인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WHO에서 지정하는 접종 지원 우선 국가(Tier 1)에 해당되는 국가가 아니어서 가격 조건이 수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로 들어와 유통되는 가격이 타 국가보다 저렴한 경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힘들다. 즉, 가격조건이 맞질 않으면 추가적으로 백신을 도입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MMR의 경우 상대적으로 단가가 저렴한 백신이라 부담이 덜했지만, A형 간염 백신은 접종 가격이 의료기관 기준으로 약 8만원~10만원 선으로 고가 백신에 속한다.

추가적으로 백신을 도입한 이후 남는 물량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다. 국내 시스템 상으로는 백신 공급에 대한 책임을 업체에게 부여하고 있으며, 생산 이후 남는 물량에 대해서는 비용 보전을 해주질 않는다.

이에 반해 업체에서는 정부가 직접 백신을 구입해 전국의 의료기관에게 공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남는 물량은 정부가 손해를 보고 폐기를 해야 한다.

이런 연유로 A형 간염 확산에 따라 백신이 부족함에도 불구, 보건당국에서는 백신 추가 공급 없이 ‘백신 접종’만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 안전보다는 예산 걱정만을 하는 듯 하다”면서 "하루 빨리 취약계층부터라도 접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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