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醫, 특수한 진료환경 고려 안한 대상 선정 비판…부당청구 인정 유도 지적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정부가 시행 중인 ‘요양 의료급여비용 자율점검제’가 진료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현지조사나 다름없는 이 자율점검제를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무리하게 추진해 일선 의료현장에 혼란과 불안감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요양 의료급여비용 자율점검제’는 요양기관 현지조사의 보완재로 착오청구를 포함한 부당청구의 개선과 예방 중심의 관리를 위해 지난 2018년 11월 본격 도입됐다.

이 자율점검제는 부당청구의 개연성이 있는 사항을 사전에 미리 통보해 소명기회를 주고, 스스로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불필요한 현지조사를 줄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자율점검 항목’을 안내하고 4분기에 걸쳐 의과와 약국, 한방과 치과의 총 14가지 항목의 점검을 실시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4월 12일 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대한이비인후과사회에서는 자율점검 대상 행위와 기관 선정 기준과 기간을 3년으로 정한 점 등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이비인후과의사회에 따르면 자율점검제는 전문진료를 시행하는 이비인후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이비인후과 해당 처치 항목이 전체 자율점검 14개 항목 중 2019년도 1분기에만 2가지가 선정됐다는 것이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정부는 전국 2460여곳 이비인후과의원이 22개 의과 중에서 가장 부도덕하고 시급히 개선해야 할 진료행위를 하는 과라고 판단하고 있는가”라며 “단순히 처치 청구 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대상기관을 선정해 100곳이 넘는 이비인후과의원이 자율점검 대상에 포함됐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의사회원들은 부당청구 의료기관으로 낙인 찍혔다는 자괴과감 불안감에 괴로워하고 있다”라며 “단순 청구 행귀가 많다는 것만으로 진료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잠재적 부당청구 의료기관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자율점검제에서 14일 이내에 소명절차를 밟는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14일 이내에 과거 3년의 진료기록부를 점검해 필요한 서류를 마련하라는 통보는 행정편의적인 발상으로 열악한 의원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게 이비인후과의사회의 입장이다.

즉 소명할 건수가 수천 건에 달하는데 2주 안에 소명하라는 것은 처치의 적정성을 차분히 점검하기보다 적당히 부당청구를 인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촉박한 기한 내에 무리한 서류제출을 강요하는 것은 제도 본래의 취지인 허위 거짓 청구로 인해 부당이득을 취한 일부 의원을 사전에 가려내기 위한 예방적 조치라기보다 전문가의 자율성을 침해해 사기를 떨어뜨리고 궁극적으로 환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저해시켜 결국 그 피해가 환자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의사회는 “충분한 홍보와 의견수렴을 통해 자율점검제의 순기능에 공감대를 형성한 후 구체적인 제도 시행은 사전에 관련 의약단체와 협의해 공정하게 시행해야한다”라며 “사업 시행 전후의 현지조사 건수의 차이를 비교‧공개해야한다”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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