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능 간 갈등 조장 물론 의료체계 혼란 야기 지적…의료진 직역간 책임과 자격 질서 존재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최근 국회에서 조산사와 간호사를 의료법에서 분리해 별도의 ‘간호사법’ 신설을 추진하려는 가운데 의료계 전역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간호사법은 직능 간 갈등을 조장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할 의료진 간 효율성을 떨어뜨려 의료체계 전반적인 혼란을 야기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단독법 발의 추진 협약식. 좌측부터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 김철수 대한치과의사협회장,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지난 5일 각각 ‘간호·조산법안’, ‘간호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률(안)에는 간호인력(간호인력의 면허와 자격, 업무범위, 권리와 의무), 간호사 단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및 간호인력 지원센터, 감독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존 간호사의 업무범위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의료법 제2조)’이었다면 새 법률(안)에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처방(지도)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새롭게 규정한 것이다.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한 이유는 급속한 고령화의 진행과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구조 확산 등으로 인한 보건의료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법안 취지에 공감한 반면 직역간 역할이 대립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내비쳤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간호사의 지위향상 및 근무환경 개선 등의 법안취지는 동감하지만, 직역간 역할이 대립할 수 있는데다 국민 건강을 고려해볼 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라며 “추후 의료계의 대 혼란을 야기할수 있는 부분에 대해 강력한 의견을 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사회에서는 이번 간호사법이 오히려 환자나 국민들이 의사를 불신하는 풍조를 만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광역시의사회는 “기존 의료법에서 의료인을 포괄해 규정한 것은 국민 건강을 위해 의료관계자들이 개별적 이익보다 전체적인 조화와 신뢰를 중시했기 때문”이라며 “의료행위를 오케스트라 연주에 비유한다면 개별 악기의 독자성보다는 지휘자를 중심으로 모든 파트가 한마음이 될 때 훌륭한 연주가 탄생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즉 의사라는 지휘자 아래 모든 의료인 종사자가 각 직역에 맞는 업무를 충실하게 이행해야 환자들에게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에서는 현행 의료법상 간호인력에 대해 ‘보조’라고 표현한 것은 상하 관계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개협은 “의료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의사의 진료행위와 이를 최대한 보조하는 간호사 및 보건의료 직종들의 협업으로 이뤄진다”라며 “여기서 ‘보조’라 함은 상하 관계의 의미가 아니라 일대일 수평적 상호관계이며, 협동보완의 의미인 것”이라고 피력했다.

다만 ‘보조’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데 있어 직역 간 역할과 책임, 즉 자격과 질서 체계를 명시한 것이라는 게 대개협의 주장이다.

게다가 간호사법 제정을 빌미로 다른 보건의료 직종에서도 우후죽순처럼 직능별로 단독법 제정을 하겠다는 것은 의료인 면허 및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것.

대개협은 “이번 간호사법안 제정은 국회가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들의 표심과 한 특수 직종의 권익만을 위한 지극히 이기적인 담합의 전형으로 보일 소지가 다분하다”라며 “한 생명을 다루는 의료체계와 질서의 대혼란을 야기할 간호사법 제정은 당장 멈춰야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의료계 전역에서는 이같이 간호사법안이 심각한 의료의 왜곡과 질서를 혼란시킬 것으로 우려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법 제정을 적극 막겠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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