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도정부터 병입까지 사케 제조 3~4개월 소요

[의학신문·일간보사] 이번 편부터 본격적으로 사케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우선 사케 제조과정의 종합인 전체 요약이다. 자세한 과정에 대해서는 하나씩 다음 편에서 소개된다. 이 전체 과정은 정성과 시간과 기술이 필요한 과정이다. 이 과정을 잘 이해하면 사케에 대한 큰 애정이 생겨날 것이다.

▲정미(도정)= 쌀이 현미(玄米)인 상태에서 사케를 제조한다면, 쌀의 겉부분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지방, 미네랄, 단백질 등이 사케의 맛과 향을 나쁘게 한다. 그래서 현미를 깎는데, 고속 회전하는 롤을 이용하여 겉 부분을 깎아내어 백미로 만든다. 이를 정미(精米)라 한다. 보통 겉 부분은 30% 정도 깎아내고 중심부의 70%를 남긴다. 이 백미를 정미율(정미보합) 70%의 쌀이라고 한다.

▲세미, 침미, 증미= 정미한 백미는 세척(세미 洗米)하여 쌀겨를 깨끗이 제거하고 말린 후에, 다시 10-15도 정도의 물에 담가 쌀의 중심부까지 물이 스며들게 한다. 이를 침지(침미 沈米)라고 한다. 침지는 나중에 당화작용이 용이하게 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백미 중량의 30% 정도를 흡수한 시점에서 물에서 끌어올린 후에, 약 1시간 쪄서(증미 拯米)찐 쌀을 만든다. 찐 쌀은 삶은 쌀에 비해 수분량이 적고 찰기가 적으므로 사케 제조에 적합하다.

▲누룩(코우지) 만들기= 포도 과즙에는 당과 효모가 같이 존재하여 자발적으로 발효가 되지만, 곡물(전분)로 만들 수 있는 사케나 맥주에서는 먼저 효소를 이용해 곡물의 전분을 분해하여 당으로 만든 후 그 당을 효모가 발효시키는 순서를 거쳐야 한다. 효소가 누룩 속의 누룩곰팡이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사케 제조과정에서 누룩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사케의 누룩을 만들 때는 먼저 찐 쌀에 누룩균의 포자를 살포한다. 잠시 후 포자는 발아하여 균사가 증가하기 시작하고, 약 2일이 지나면 찐 쌀은 완전히 균사로 덮여진다. 누룩균은 생육 중에 효소를 생성하여 누룩 속에 축적한다. 누룩균은 36℃ 근처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45℃ 이상에서는 활동할 수 없다. 그래서 누룩은 양조장 한 켠에 있는 누룩방이라 하는 곳에서 온도 약 30℃, 상대습도 50~80%로 조주의 깊게 생육을 컨트롤하여 만들어진다. 누룩을 만들기 위한 백미는 누룩쌀이라 한다. 누룩의 효소 능력은 매우 우수하다. 사케를 만들 때 사용하는 백미 전체 중 누룩 제조에 사용하는 비율은 15~25% 정도이면 충분한 역할을 한다.

▲주모 만들기와 효모= 발효에 사용되는 효모는 사케 제조 전용의 우량한 효모를 선택하여 사용한다. 사케 제조에서는 주된 발효를 실시하기 전에, 사전에 우량한 효모를 대량으로 증식한 슈보(酒母)나 모토(酛)라 불리는 주모(酒母)를 만들고 이를 종균으로 술덧을 발효시킨다. 슈보란 술어미를 의미하고, 모토는 바탕이나 원천이라는 의미로, 사케 담금에서 중요한 초기 과정인 것이다. 슈보는 우량한 효모를 함유함과 동시에 강한 산성을 띄는 것이 중요하다. 발효를 산성 하에서 실시하면 사케를 부패시키는 세균을 억제할 수 있지만, 쌀은 포도와 같이 산이 함유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슈보는 강한 산성일 필요가 있다.

▲술덧 만들기와 발효= △술덧(모로미, 산단지꼬미) 만들기= 앞에서 설명한 주모를 바닥에 넣고 4일간에 걸쳐서 누룩과 물과 찐 쌀을 넣는 것을 술덧(모로미) 만들기라고 하고, 이는 3번에 걸친 과장을 하기에 산단지꼬미(三段仕込み)라고도 한다. 이때 찐 쌀과 누룩과 물의 비율은 찐 쌀 80, 누룩 20(모두 백미 환산), 물 130 비율이 표준이다. 이는 한 번에 전량을 담그지 않고 3번(산단지꼬미)으로 나눠 4일에 걸쳐 담근다. 먼저 1일째에 전량의 약 1/6의 찐 쌀과 누룩을 담근다. 또한 주모는 이 1일째에 넣어 준다. 2일째는 담그지 않고 효모의 증식을 촉진시킨다. 3일째에 전량의 약 2/6를 담그고, 4일째에 나머지 약 3/6을 담근다.

이렇게 나누어 담그는 이유는 한 번에 담그면 효모가 지나치게 얇아져 알코올 발효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효모 밀도가 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세균이 번식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발효가 멈추고 부패하기 때문이다.

△발효= 담그는 온도는 첫 번째 단계는 12℃, 두 번째 단계는 10℃, 세 번째 단계는 8℃로 서서히 내린다. 사케의 술덧에서는 하나의 탱크 속에서 쌀 누룩의 효소에 의한 찐살의 용해와 생성된 당분을 효모가 발효시키는 것이 동시에 진행된다. 발효 온도는 8~18℃가 일반적이다. 발효는 3~4주일 동안 진행되고 알코올 함유량은 17~20% 정도가 된다. 발효를 12℃ 이하의 저온에서 실시한 경우, 발효기간이 길어져 4~5주일 정도 걸린다. 이 조건에서는 효모의 활동과 물의 용해가 억제되어 산은 적어지고 달콤한 향이 풍부하여 깔끔한 맛의 사케가 완성된다. 1개의 발효 탱크에 담그는 쌀의 총량은 적은 것으로는 1톤 이하, 많은 것으로는 10톤 이상의 것도 있다.

▲술 거르기= 발효가 끝난 후 술덧에서 사케의 액체를 짜내는 것을 술 거르기(압착, 사케시보리)라 한다. 이 과정에서 용해되어 남은 쌀이나 효모 등을 걸러 내지면 새로운 사케가 탄생하는 것이다. 술덧에서 짜내는데는 자루에 넣고 위에서 압력을 가하는 장치나 기계에 의한 가로형의 장치인 압력 여과기가 사용되고 있다. 짜내어 남은 것인 지게미를 술지게미라 한다. 이것에는 용해되어 남은 쌀이나 효모와 함께 중량당 알코올이 약 8% 함유되어 있다. 술지게미는 영양가가 높아 그대로 먹기도 하며, 일본의 전통적인 증류주인 일본소주(日本燒酎)의 제조나 채소 절임에 이용된다.

▲찌꺼기 분리와 여과= 압착 초기에는 약간의 탁한 성분이 함유된다. 저온에서 두면 이들은 찌꺼기로 침전되므로 청정한 부분을 다른 탱크로 옮긴다. 또한 청정하게 만들기 위해 여과를 실시한다. 한 번 청정해지더라도 저장 중에 투명도가 떨어질 수 있는데, 이는 사케 속에 용해되어 있는 단백질이 변화하여 용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타닌이나 콜로이드성 실리카를 사용하여 탁함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다. 탈색, 향미 조정 및 숙성 상태의 제어(탈색이나 향미 변화의 원인물질 제거)를 목적으로 활성탄을 이용되기도 한다.

▲히이레(살균)= 대부분의 사케는 찌꺼기 분리와 여과 후에 ‘히이레’라는 저온살균(60~65℃)을 실시하고 저장된다. 히이레의 목적은 살균과 동시에 효소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데 있다. 효소가 계속 활동하면 당화효소에 의한 단맛의 증가, 산화효소에 의한 향의 변화 등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중단시키는 작업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케는 사케를 병에 담는 병입할 때에 다시 두 번째의 저온살균을 한다. 여과 후에 살균을 생략하고 출하되는 제품에 나마(生)를 붙이며, 이에 속하는 사케를 나마자케(生酒), 나마츠메(生詰め), 나마초조(生貯蔵酒) 등으로 부르는데, 이것들의 구분은 뒤에서 다시 설명한다.

▲저장과 숙성= 저온살균한 직후의 사케는 가열로 인해 향이 변화하여 맛이 거칠기 때문에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숙성기간을 거친다. 대부분의 사케는 쌀 수확 후 가을에서 겨울에 걸쳐 제조되고, 다음해 봄에서 여름에 걸쳐 숙성한 후 가을부터 출하된다.

▲조정과 병입= 탱 크에서 숙성된 사케는 술을 걸러낼 때와 같은 알코올 17~20%의 상대적으로 높은 알코올 도수이다. 여기에 물을 추가하여 마시기 좋은 농도인 15% 정도로 하는 것이 조정(調整)이며, 이렇게 조정된 것을 병에 넣는다.

▲사케 제조의 총기간= 이상에서 살펴 본 전체 과정에 3~4개월이 소요되는 긴 과정이고, 기술과 노력이 포함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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