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태
법무법인 세종 고문

[의학신문·일간보사]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필자는 숭실대 사회복지학과에 출강하면서 너무나 인간적 수업 경험을 많이 했다. 생각나는 작은 감동 두 편이랄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우가 주는 감동을 공유한다.

#도혁아, 도혁아!

비교사회복지론 수업 첫 날이다. 강의실 맨앞줄 왼쪽에 전동휠체어 탄 한 학생이 자리하고 있었다. 최도혁이다.

도혁이 옆 자리에 앉은 강민지가 도우미를 맡고 있는데, 민지도 수강 신청했다고 한다. 도혁이는 뇌성마비 장애 학생이다. 뇌성마비는 임신 중 또는 출산과정에서 산소결핍으로 뇌에 손상을 입어 갖게 되는 장애다. 신체의 뒤틀림, 소통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내 블로그 열어 ‘선윤씨 공부하기’라고 지난 학기에 쓴 글을 읽어 줬다.

선윤 씨는 전신마비 장애를 가졌는데 도우미와 함께 지난 학기에 대학원에서 내 강의 잘 듣고 열심히 공부하여 A+ 받은 우수학생이었다.

선윤씨는 도우미가 대신 필기해주고 시험칠 때 답안지도 도우미가 써주었는데, 도혁이는 어떻게 하나? 시험칠 때 도우미 강민지도 자기 답안지 작성해야 하는데….

도혁이 답안지는 누가 쓰나? 도혁이와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즐겨 읽던 책, 원서로 된 Steve Hawkings의 “A Brief History of Time” 을 도혁에게 주었다. 사회복지에 국한되지 말고 저 먼 우주로 꿈의 나래를 펼쳐 보라면서.

첫 시간 수업마치고 나오려는데 다음 시간 수업 듣는 한 시각장애 학생이 도혁이 앉았던 지정석에 앉는다. 그 옆에 맹도견 한마리가 얌전히 자리하고 앉는다. 아름다운 영혼들이다. 숭실대에서 강의하며 인간적인 모습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다른 학생들이 기말고사 치는 내용을 도혁이는 리포트로 대체했다. 말을 할 수 없을 뿐 도혁이는 강의를 충분히 소화하고 리포트를 가장 잘 썼다. 학기말 평가에서 도혁이는 A+를 받았다.

#힘내라, 종국아!

교직원 식당에서 혼자 점심먹기는 참으로 심심한 노릇이다. 식당가는 길에 내 수업을 듣는 종국이를 만났다. 수업 끝나고 먹겠다는데 내가 살테니 같이 가자고 했다.

종국이는 군복무마친 복학생 3학년이다. 형제는 없고 1급 청각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고 한다. 종국이 고2 때 어머니는 오랫동안 신부전증을 앓다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구두수선하며 아들 공부시켰는데 요즘 손님이 많이 줄어들고 비 올 때는 아예 손님이 없다고 한다.

국민기초생활 수급대상자로 지정되어 지원을 받아 왔는데 내후년 종국이 대학 졸업하면 수급대상자에서 탈락하게 된다. 집안에 근로가능 성인이 있으면 지원대상이 되지 않는다. 한 학기내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강의했는데,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은 격이다.

아버지와의 대화는 수화로 한단다. 섬세한 감정표현은 수화와 얼굴표정으로 전달하고, 또 말하면 나타나는 입술모양을 보고 알게 된다고 한다. 취직 준비를 하는데 공무원도 생각해 보고 있다고 한다.

숭실대에서 강의하며 내가 많이 배운다. 지난 학기에는 전신마비를 가진 선윤씨가 도우미와 같이 수업들으며 열심히 공부했다. 이번 학기에는 뇌성마비 가진 도혁이가 정말 잘 한다. 도혁이 앉았던 자리에는 안내견과 함께 시각장애 가진 학생이 앉는다. 인본주의 현장에 함께하는 보람을 느낀다.

종국아! 흙수저 물고 나왔다고 기죽지 말고 활달하게 토론하며 학업에 열중하거라. 힘내라 힘. 자넨 훌륭한 사회복지사가 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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