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낙태죄-의사낙태죄의 '자기결정권 제한'은 인정
단순위헌 판결 시 법적공백 우려 2021년까지 입법개선 촉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낙태죄 관련 조항에 대해 헌재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2017년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낙태 형사처벌이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9명 중 4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나머지 3명과 2명이 각각 단순위헌과 합헌 결정을 내려 최종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렸다.

헌법소원의 중심이 된 법 조항은 산모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도록 한 형법 269조 자기낙태죄와, 산모의 낙태를 도운 의사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하는 형법 270조 의사낙태죄다. 헌재는 두 조항 모두를 심판 대상으로 삼아 심리를 진행했다.

지난 2012년 낙태죄 판결에서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에 비중을 둬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관 4인은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낙태를 방지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의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한 수단"이라고 자기낙태죄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관 4인은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있으므로,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 재판관 4인은 "자기 낙태죄 조항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결정 가능기간 중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 경제적 사유로 인해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라면서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한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도 이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관 4인은 단순위헌 결정을 내릴 시의 법적 공백을 우려했다.

재판관 4인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경우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 각각 단순위헌 결정을 할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재판관들은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 단순위헌 결정을 하는 대신 각각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다만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늦어도 2020년 12월 31일까지는 개선입법을 이행해야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위 조항들은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며 2021년까지 국회에 입법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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