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결정시 형법 개정 가능성 농후…사회적 찬반여론 팽배 입장차 좁히는 게 관건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전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인 인공임신중절수술로 불리는 ‘낙태죄’의 형사처벌에 대한 헌법재판소(헌재)의 위헌 여부가 11일(오늘) 결정될 예정이다.

그동안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의료계 내부에서 형법에 명시된 낙태죄 형사처벌에 대한 불만이 높았던 만큼 이번 헌재의 결정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낙태죄가 전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된 것은 오래 전부터지만 실질적으로 지난 2017년 10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이 올라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청원에는 짧은 기간에 23만명 이상의 국민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청와대 민정수석이 직접 낙태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낙태죄 위헌법률 심판 사건 과정을 통해 재차 사회적이나 법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이번 헌재의 결정에 따라 낙태죄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방향도 설정될 전망이며, 만약 위헌으로 결정난다면 형법 제270조 등의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유형에 낙태죄를 포함하고,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하는 행정처분을 규정한 부분도 이번 헌재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헌재에서 낙태죄를 위헌 판결을 내리더라도 전 사회적으로 찬반여론이 팽배한 만큼 입장을 좁혀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형법 269조에 따르면 낙태한 여성은 1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이하의 벌금을 내야하며, 27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이는 수술을 해주는 의사까지 죄가 적용된다.

다만 임신중절 시술에는 예외조항이 존재한다.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강간으로 인한 임신이나 건강상 유해가 되는 경우 유전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 등 임신중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형법과 예외조항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간의 경우 증명하기 어려울뿐더러 장애가 있는 부모를 법적으로 제외시키는 것은 차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부인과 의사들에 따르면 OECD 30개 국가 중 23개국에서 ‘사회적·경제적 적응 사유’로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미국, 영국은 1970년대인 50년 전 낙태 허용 이후 의사를 처벌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형법상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일본조차도 모체보호법에서 ‘사회적·경제적 정당화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

즉 정부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도 낙태를 포함시킨 것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게 산부인과 의사들의 지적이다.

결국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죄가 오히려 환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데다 선의의 의도를 가지고 있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고 있다는 점에서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려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원치 않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와 잠재적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속히 우리나라 여성들과 산부인과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는 모자보건법과 형법 규정들을 현실에 맞게 전향적으로 개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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