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와 정보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국내 의료진의 문제점 지적
국내 의료진의 정보처리 능력 육성 제도 개선 촉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헬스케어가 최근 의료계를 빠르게 변화시키는 가운데, 병원계 주요 인사들이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의료진의 의료정보 처리 부족을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은 대한병원협회(회장 임영진) 주최로 5일 개최된 Korea Healthcare Congress 2019 (KHC 2019)에서 제기됐다.

병원계 관계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발전에 대비한 국내의 의료진 정보처리 능력 육성 제도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상규 연세대 보건대학원 병원경영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세계의 IT와 디지털 발전은 무서운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 10년 이후에 개개인이 자신의 건강데이터에 둘러 쌓이게 되는데 의사들의 역할은 데이터를 해석하고 거기에 조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데이터 사이언스를 이미 의과대학 커리큘럼 필수 과정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국내는 그러한 대비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은 “병원 정보화는 EMR을 도입하는 등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대응했으나, 한발 더 나아가 정보화 결과물을 활용하는 것은 뒤처지고 말았다”며 “국내 의료진은 자료와 정보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료를 정보로 만들어 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병원도 인력기준으로만 생각하고 정부의 제도도 정보보다 인력활용에 매몰되어 있다”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환경에 대비해 의료진의 정보처리 능력 육성을 개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EMR 보급조차 허상이라고 지적했다. “EMR에 투자를 하려해도 투자할 회사를 찾기 힘들다. 병원정보화는 우리가 선제적 대응을 했다지만 속을 살펴보면 우리 EMR 보급률도 100%가 아니고 청구보급률이 100%인 것”이라며 “의료보험 청구율 때문에 들어있는 자료는 완벽한 자료지만 가치가 있는 정보냐의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박종훈 고대 안암병원장

병원계는 이러한 정보 처리 부족 문제를 놓고 정계의 관심을 촉구하는 한편, 병원계의 선도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장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의료는 정치인들의 주요이슈에서 빠져 있다”며 “의료가 큰 문제로 등장할 것은 모든분들이 다 느끼고 있음에도 이 분야의 관료나 정치인들의 전공자 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본다.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진우 세브란스병원 진료부원장은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하시는데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고 본다”며 “병원은 디지털 베이스의 헬스케어 산업과 플랫폼으로의 역할을 하고 연구 중심병원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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