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감염 및 농양 진단 지체…뒤늦은 균배양검사 조치로 환자 중추신경계 감염 확대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법원이 신속 조치 및 감염 확산 주의의무를 위반한 대학병원에 대해 배상금 3억 6천만원을 환자에게 배상할 것을 주문했다.

반면 함께 기소된 전문병원은 적절한 감염예방 조치가 인정되어 손해배상 책임에서 벗어났다.

외국인환자 A씨는 2012년 9월 8일 차량을 운전하던 중 차량 후미를 추돌당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A씨는 타 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사고로부터 5일 후인 2012년 9월 13일 서울의 G전문병원을 내원해 의사 D씨로부터 경막외 신경 차단술을 실시 받았다. 2012년 9월 16일에는 서울의 F대학병원을 내원해 기본적인 검진과 혈액,엑스레이,MRI 검사를 받고 병원 신경외과 일반병동에 입원했다.

이후 A씨는 9월 18일 오전 11시경 F대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상태가 더욱 악화되었다. 이에 따라 정오부터 뇌척수액검사 및 조영증강 MRI검사를 받았고, 오후 4시경 경막하 축농 배액술과 경막복원술을 받았다. 수술과정에서 A씨의 제4,5요추 부위 경막의 천공이 관찰되었고, 척추 부뷔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확인됐다.

또한 조영증강 MRI 검사 결과, A씨는 뇌수막염을 시사하는 소견인 급성 뇌경색과 양쪽뇌실의 다발성 농양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F대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해 감염성 척추염, 뇌경색증, 세균성 수막뇌염 등으로 진단했다.

현재 A씨는 운동성 언어장애와 경증의 사지마비, 뇌경색 후유증으로 인해 법원으로부터 노동능력상실률 56%의 영구 장해 판정을 받았다.

A씨는 G병원의 경영진 및 A씨를 집도한 의사 D씨, F대학병원 등을 상대로 A씨와 A씨의 아내 B씨에게 8억여원을 배상할 것을 주장했다.

A씨 측은 G병원과 의사 D씨가 A씨에게 경막외 신경 차단술 과정에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해 척추 감염 등을 유발했음을 지적했다.

또한 F대학병원을 상대로 척추 감염 등으로 응급실에 내원해 입원한 환자인 A씨에 대해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으며, 치료 및 농양 제거수술 실시를 지체함으로써 A씨의 척추 감염 및 농양이 확산되어 뇌경색까지 발생시킨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A씨 측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먼저 G병원과 의사 D씨의 주의의무 위반과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민사부는 “G병원의 의료진은 경막외신경 차단술 등과 관련한 감염 예방을 위해, 철저한 관리 절차를 미리 마련해 둔 상태였다. A씨의 주장처럼 감염 예방 관리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감염성 척추염의 경우 알코올 중독이나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발병 확률이 높아지는데, A씨는 2002년경부터 오랜 기간 동안 척추 질환을 앓으면서 국내외에서 수차례에 걸쳐 척추 시술을 받았 최근에는 알코올 중독으로 치료를 받았다”며 “내재적 요인이 중첩적으로 존재했다”고 전하며 발병 원인을 하나로 한정 지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법원은 “A씨의 경막외·경막하 농양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F대학병원이 지체한과실로 인해, 세균성 수막뇌염으로 이르게 한 인과관계를 인정한다“고 전하면서 F대학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F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가 입원한 2012년 9월 16일부터 고열이 발생한 2012년 9월 18일까지 요통 완화 등 보전적 치료만을 하면서 척추 감염 및 농양에 대한 진단 및 처치는 지체하다가, 고열이 발생한 이후에야 혈액, 소변에 대한 균배양검사를 시행했다”며 “병원 의료진이 신속하고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하지 못함으로 인해 A씨의 감염성 척추염이 점차 악화되어 중추신경계 감염으로 확대됐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G병원에 대한 A씨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는 한편, F대학병원이 A씨에게 3억 6천만원을, A씨의 아내인 B씨에게 500만원을 배상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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