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과로 실태조사 결과 공개…야간당직 환자 수 제한·입원전담의 제도 확대돼야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전공의 90% 이상이 열악하고 강도 높은 근무·노동 환경에 놓여 정신적·육체적인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회장 이승우)는 최근 진행한 ‘전공의 업무 강도 및 휴게시간 보장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1일 이 같이 밝혔다.

故 신형록 전공의 사망 이후 전공의 과로 실태 파악을 위해 전공의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설문조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전국 90여 개 수련병원 약 660명의 전공의가 참여했다.

그 결과, 현장의 전공의들은 여전히 고된 근무 후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작업 종료 후 정신적 피로감을 자주 또는 항상 느낀다’고 답한 전공의는 92.9%, ‘육체적 피로감을 자주 또는 항상 느낀다’고 응답한 전공의는 94.7% 집계됐다.

특히 두 문항 모두에서 ‘항상 느낀다’고 말한 응답자 비율은 70%를 웃돈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휴게시간에 대한 조항을 조사한 문항에서는 응답자 70.2%가 수련병원 측으로부터 휴게시간에 대한 안내조차 받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89.8%는 수련 중 계약서 내용대로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거나 휴게시간이 언제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전공의 84.1%는 휴게시간이나 식사시간이 있더라도 대개 또는 항상 방해받는다고 응답해, 설령 휴식을 취할 시간이 있다한들 질적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에서는 ‘자기 전까지 하루 30분 정도 밥 먹는 시간이 있다’, ‘2주간 점심식사를 해본 적이 없다’, ‘5일에 2번 정도 식사가 가능하다’고 답한 전공의도 있어 전공의법이 시행되고 있어도 휴게시간에 대한 조항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는게 대전협의 분석이다.

문제는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수련병원이 별다를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부분이다.

‘휴게시간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소속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충분한 안내 및 노력을 기울이고 있느냐’는 질문에 90.8%의 전공의가 ‘아니오’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 대다수 전공의 근무시간 초과 하고 있어…업무 부담감도 ‘제자리’

아울러 설문 응답자 중 91.6%가 지난 6개월 동안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한다고 답해 대다수의 전공의가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초과해 일한 전공의는 41.1%에 달했으며 7시간 이상 근무시간을 초과한 전공의도 8.3%를 차지했다.

근무 스케쥴 변경이나 초과근무가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인원 부족(64.4%) △무리한 업무일정(64.1%) △응급환자의 발생(60.9%) △초과근무 관행(46.5%) 순으로 꼽혔으며, 이에 대한 병원의 후속조치나 지원여부는 91.0%의 전공의가 ‘없다’고 응답했다.

전공의들은 지나친 근무와 부족한 휴식에 더해 업무에 대한 부담감도 크게 느끼고 있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인이 맡은 업무의 강도 및 책임에 대한 부담감으로 ‘힘들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89.9%였으며 이 중 34.4%는 ‘매우 힘들다’고 답했다.

진료 업무에서 겪는 주요 스트레스나 긴장 요인으로는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62.4%, ‘본인의 실수로 인해 병원과 본인 및 환자에게 중대한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48.4%로 조사됐다.

이어 ‘본인에게 고함을 치거나 화를 내는 등 위협을 받는 경우’ 43.8%, ‘진료업무 중에 발생될 수 있는 위험과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서 홀로 처리해야 한다’ 37.0%가 뒤를 이었다.

이승우 회장은 “교수와 전공의 모두 과로하고 있는 현실에서 병원에 오는 환자들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며 “특히 전공의는 휴게시간이 언제인지도 모른 채로 계속되는 긴장 상태 속에서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어 “때로는 폭언, 폭행, 성희롱 등으로 더욱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환자가 안전하게 진료 받고, 전공의가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 야간당직 담당 환자 수 제한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확대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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