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강원의학전문대학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전문위원

[의학신문·일간보사] 남원은 전라북도 남동부에 위치한 인구 8만의 작은 도시다. 2017년 자료에서 전국의 162개 시·군중에서 인구 수 기준으로 82위다. 정부는 이곳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오는 2022년 설립하기 위해 당·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연내에 성과물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남원시다.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정부 여당과 보건복지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을 대상으로 왕성한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 남원시는 과연 공공보건의료대학을 유치할 수 있을까?

전국에 흩어진 의과대학은 모두 40개. 그중에서 세금으로 굴러가는 국립의과대학은 서울대(서울), 강원대(춘천), 경상대(진주), 부산대(부산), 경북대(대구), 충남대(대전), 충북대(청주), 전북대(전주), 전남대(광주), 제주대(제주) 등 10곳이다. 이중에서 의과대학 부속병원의 배후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이 필자가 일하고 있는 춘천이다. 2017년 자료에서 인구 28만의 도시로 인구 수 기준으로 37위, 남원 시의 3배는 족히 넘는 인구수다. 참고로 종합병원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배후 인구가 어느 정도 뒷받침 되어야한다. 배후 인구도 없는데 세금으로 운영되는 종합병원을 짓겠다는 것은 허허벌판에 공항을 세우겠다는 발상과 다를 바 없다. 세금 낭비의 대명사로 불리는 지금도 썰렁한 무안공항이 가장 좋은 예시다.

물론 정부의 포부는 대단하다. 남원시에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을 유치해야만 △지역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 보건의료 책임성 강화 △필수의료 전국민 보장 강화 △공공보건의료 인력양성 및 역량 제고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정부는 먼저 왜 남원이어야 하는지 대답을 해야 한다. 인구 순위 38위인 경북의 경산시(28만)부터 84위인 전남의 무안군(8만)에 까지 47개에 달하는 시·군중에서 왜 남원에 의과대학을 세워야하는지? 왜 배후 인구가 8만에 불과한 작은 도시에 혈세를 펑펑 써가면서 종합병원을 세워야하는지? 정부는 대답을 해야만 한다. 보건복지부에게 묻는 것이 아니다. 나라 예산을 재단하는 기획재정부 관리들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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