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 현황 분석 결과 공개…대다수 직업환경의학 전문가, 암 생존자 진료 경험 낮은 수준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암 생존자의 직업복귀 연계과정과 사업장 환경이 열악해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양은주 교수(사진 왼쪽)와 심혜영 박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양은주 교수와 심혜영 박사(제1저자) 연구팀은 직업환경의학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암 생존자의 업무적합성 평가 및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하는 인식과 제도에 대해 최근 연구했다고 29일 밝혔다.

암 유병자는 173만 명(1999년부터 2016년까지)에 달하고 있는데 국내 암 진단 및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5년 상대 생존율(암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70%를 넘긴 상황이다.

이러한 암 환자 중 절반은 직업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근로가능인구집단’이지만, 직장 복귀율은 단 30.5%에 불과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직장 복귀율이 63.5%인 해외 평균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인 것.

특히 암 생존자는 치료로 인한 병가기간 동안 무료함과 외로움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우울증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반대로 암 생존자들이 다시 직장에 복귀했을 때는 삶의 질이 상당히 향상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즉, 암 생존자의 직업복귀는 사회에 재통합하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국내 직업환경의학 전문가 44명을 대상으로 암 생존자의 업무적합성평가 경험, 사업장 연계 현황, 직장복귀 개선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분석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암 생존자 ‘진료 경험이 있는 사람’은 25.0%(11명), ‘경험이 없는 사람’은 75.0%(33명)로 확인됐다.

진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연평균 12.6명의 암 생존자를 진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다수 직업환경의학 전문가는 암 생존자에 대한 진료 경험이 낮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암 환자 직원이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재활 기간이 필요한 경우, 사업장 관리자는 직원의 재활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40.9%가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돼 실제 사업장의 지원과 배려가 불충분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직업환경의학 전문가가 암 환자와 의사소통하는 것이 다른 질환의 환자와 의사소통 하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힘들다는 의견이 61.4%로 암 생존자와의 의사소통에 장벽이 있음도 파악됐다.

아울러 이들은 암 환자를 진료하고 상담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정보를 얻고 있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암 환자의 치료를 도운 주치의들이 직업환경의학 전문가의 역할을 알고 있는지 질문한 결과 ‘잘 모른다’는 의견이 56.8%로 전문 의료진간의 업무이해도 역시 낮은 수준으로 확인됐다.

끝으로 암 생존자 직업복귀를 저해하는 장애 극복 방안에 대해서는 근로자 본인의 직업복귀 능력 배양, 직장 내 근로 환경 개선, 사내 복지기금 마련 및 혜택, 사업주의 인식 개선 등이 꼽혔다.

사회제도 측면에서는 단계적인 재활 프로그램 도입, 사회인식 측면에서는 교육을 통한 일반인의 암에 대한 이해도 향상 등이 거론됐다.

양은주 교수는 “암 생존자는 암 치료에 대한 후유증으로 신체적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재활치료와 훈련을 받는다면 직장에 복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며 “신체 상황과 업무 요구도에 적합한 평가가 이뤄지면서 사업장과 의료인의 소통과 연계를 바탕으로 암 생존자 맞춤형 근로 환경이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심혜영 박사 또한 “암 생존자는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존재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암 환자들이 직장에 복귀하고 싶어 한다”며 “건강한 모습으로 직장과 사회에 복귀 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적인 인식개선과 함께 기업이나 국가에서는 치료 및 검사를 위한 유급 휴가를 지원해주거나 탄력 근무, 적절한 직무 변경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에 최근호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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