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측 '수입되는 과만 운영하겠다' 일방적 발표로 혼란
소속 전공의들 술렁…대전협, '불이익 없도록 모든 수단 통해 지원' 입장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서울백병원의 갑작스러운 수련병원 포기 통보에 소속 전공의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백병원 전공의들은 의료계에 도움을 호소했고 대한전공의협의회 또한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전공의 42명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밝혔다.

인제대서울백병원 전공의협의회는 최근 병원으로부터 수련병원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서 학교법인 인제학원(이사장 이순형)은 그동안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 온 인제대서울백병원에 지속적인 실적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인은 병원이 제시한 안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고 여겨 결국 서울백병원의 수련병원 지위를 포기하고 소규모 수술 등 소위 ‘수입이 되는 과목’만 운영해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제대서울백병원 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이미 이 같은 논의가 상당 기간 진행됐지만 극소수의 이사회 구성원 중심으로만 추진돼 수련 당사자인 전공의들에겐 공유되지 못했다.

수련병원 포기와 같은 병원의 절박한 상황이나 이동수련 등의 향후 대책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일부 지도전문의들은 지나친 처사라며 전공의들의 보호책 마련을 요구했음에도 이사회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며 일축하고, 이달 초 교수와 전공의들에게 수련병원 자격 포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게 성명서의 내용이다.

실제로 병원 이사회는 수련병원 포기를 위해 지난 27일부터 시작된 2020년도 수련병원 지정 신청에서 레지던트 1년차 정원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인제대서울백병원 전공의협의회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제대서울백병원 전공의협의회는 “이동수련 등 기존 레지던트의 보호 방안을 묻자 ‘정해진 것 없다. 당장 내쫓지는 않겠지만 1년차 모집도 안 할 것이니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사회가 전공의 교육수련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을 인지하고도 2019년도 인제대서울백병원 신규 전공의 모집을 강행해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를 예정대로 선발, 논란이 예상된다는게 일각의 분석이다.

서울백병원에서 레지던트 수련까지 이어갈 계획으로 지원한 신규 인턴들은 새내기 의사로서의 첫발을 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직장이 없어질 위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신규 인턴들은 전체 투표를 통해 병원 측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지난 27일 정오를 기해 파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이승우, 이하 대전협)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 서울백병원 전공의 보호 방안 마련에 즉각 돌입했다.

전공의들이 성실히 수련 중이던 병원이 영문도 모른 채 통째로 사라져버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을 두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

이승우 회장은 “이미 스스로 신뢰받기를 포기한 병원에 극적으로 전공의들이 남을 수 있게 된다 한들 제대로 된 교육수련이 이뤄지겠냐”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이사회 측이 이번 사태를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신규 인턴과 레지던트를 포함한 서울백병원 전공의 42명 전원에 대해 당장 이동수련 절차를 개시, 차기 년도 레지던트 지원과 향후 수련에서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뿐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승우 회장은 “이런 비극이 연초에 발생했고 전공의들이 용기 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마지막 한 명의 전공의까지 보다 나은 수련환경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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