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엔 공감, 법 위반자 양산 등 악용 가능성에 강한 우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발의된 법안들이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자진신고자에 대한 처벌 감면과 의료기관 개설시 시도의사회를 경유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악용될 우려가 제기된 것.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7일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기동민)를 구성해 총 43개 법안을 심의하고 윤일규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날 논의된 의료법 일부개정안은 의료기관에 면허증을 대여한 의료인이 자진신고하는 경우 면허취소 또는 벌칙을 감면하기 위한 근거를 담은, 일명 리니언시 제도가 주요 내용이다.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면허증 대여는 의료법 전체 체계의 근간을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인 동시에, 보험재정을 위협하고 국민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자진신고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적발의 실효성을 제고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법안소위 위원들은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한 법안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자진신고에 대한 처벌 감면 조항이 악용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사무장병원 개설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부당이익을 사무장과 공동으로 수취한 의료인이 조사동향을 사전에 입수해 자진신고하면 벌칙을 면제받을 수 있어 법안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

또한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사법부 판단으로 형의 감경 또는 면제가 가능하므로 별도로 입법하는 실익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복지위 의해원들은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리니언시 제도의 별도 입법보다는 정부차원에서 기존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을 주문했다.

요양기관에서도 리니언시 제도를 추진하기 위해 윤일규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역시 같은 이유로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

아울러 윤일규 의원이 발의한 의료기관 개설신고 및 개설허가 신청시 의료인 단체 지부를 경유하도록 하는 법안 역시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사무장병원을 설립단계부터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해 새로운 사무장 병원의 의료시장 진입을 막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복지위 전문위원은 개설 신고한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한 행정당국이 설립거부를 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조사권이 없고 행정력이 제한된 의료인 단체 지부에서는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무장병원의 사전차단을 위해서는 기존 허가‧심사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번에 통과되지 못한 윤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법안소위에서 이미 논의된 바 있으나 기대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고배를 마신 후, 5개월여 지난 이번 회기에서도 논의가 이어지지 못해 사실상 다음 회기에서도 재논의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윤 의원이 발의한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한 2개 법안이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가운데 국회가 면허대여 등 불법으로 설립된 의료기관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