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논의 앞서 소내 전문인력 확충·외부병원 진료 활성화 우선돼야’ 주장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대공협이 교정시설 원격의료 확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 회장 조중현)는 최근 공보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정시설 원격의료 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확내 논의에 앞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우선순위를 정립할 것을 27일 촉구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홍성군 구항 보건지소를 방문, 원격으로 의사-간호사 간 화상 연결 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대공협은 공보의 수 감소를 이유로 교정시설 원격진료를 확대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두도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정시설 공중보건의사들의 의견을 수합하기 위해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총 24명의 교정시설 근무 공보의가 응답한 결과에 따르면 공보의가 복무하고 있는 교정시설에서 주로 이뤄지는 원격(화상)진료 과목은 정신과 60%, 피부과 54%였다.

특히 교정시설 공중보건의사 약 50%가 원격진료 확대에 반대했는데 이들은 원격진료 후 약물부작용 등으로 인해 재진료가 필요한 경우 이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이뤄지기 어려운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또한, 정신과 진료의 경우 인지행동치료나 지지요법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원격진료는 단순 처방에 그치는 반쪽짜리 진료임을 한계점으로 지적한 응답자들이다.

원격진료를 확대한다고 해도 짧은 진료를 통해서는 수용자의 전반적인 수용생활을 파악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꾀병, 과장, 약물의존과 같은 교정시설 환자의 특수성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것.

현재 교정시설 원격(화상)진료의 37.5%가 5분 미만, 37.5%가 5~10분 동안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정신과 면담 등은 사실상 진행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원격진료 확대에 찬성한 응답자들을 살펴보면, 원격진료가 아예 행해지지 않는 곳이거나(35%) 인력 재배치 없는 해결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현재 전국 교정시설에 근무하는 정신과 전문의는 극히 드물며 대부분 일반의가 배치되는 상황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항목이라는게 대공협의 설명이다.

원격의료 확대에 찬성 의견을 보인 한 응답자는 “일차의료의 범주를 넘어서는 경우 의료진의 판단에 의해 외부병원으로의 환자 의뢰가 허용돼야 하나 교정시설 보안 문제 등이 맞물려 실질적으로 외부진료가 확대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들어 원격의료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전문적인 진료를 요하는 부분에서 원격(화상)진료가 교정시설 의무관의 보완재로서 사용될 수 있으나 원격진료의 활용은 교정시설 의료과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나온 대안책 중 하나이지 공보의를 비롯한 교정시설 내 의무관을 대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설문조사에 응답한 공중보건의사의 55%는 원격진료 확대가 아닌 소내 정신과 전문의의 확충을 1순위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세진 교정시설 공보의협의회 대표는 “적절한 정신심리학적 지원을 통해 교정교화가 이뤄져야 하는 수용자들이 짧은 원격진료에서 비롯되는 약물오남용으로 벤조다이아제핀이나 수면제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며 “소내 정신과 전문의를 확충하고 외부병원 진료를 활성화하는 근본적인 의료처우 개선방안이 교정시설 내 원격진료 확대 논의 전에 실시돼야 하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조중현 대공협 회장 또한 이번 설문조사가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된 원격의료의 안전성 및 유효성 검증 문제에 대한 공보의의 인식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중현 회장은 “교정시설이 의료취약지로 분류되는 것은 지금껏 대체복무자인 공보의 인력만을 활용해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일하도록 방치해왔기 때문”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공보의 수 급감을 이유로 도입하려는 화상진료는 의료 빈틈을 채우려다 되려 빈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이어 “적절한 의료인력 배치 등의 근본적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더 이상 미봉책이 해결책이 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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