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장비로 무장, 앞선 인프라와 인터벤션 시술 분야 두각…ECR 주목한 연구 업적까지
김창원 교수 “유기적 협진 성과, 연간 1,000명 치료 및 예방가능사망률 15% 미만 달성”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우리나라의 수도권 선호현상은 뿌리 깊다. 예로부터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말은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야 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편중도 심각하다.

의료분야 역시 ‘지방 불신, 서울 선호’가 두드러진다. 이런 편견과 선입견에 맞서기 힘겹다. 물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우수한 실적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지방병원들은 한계가 있는 걸까. 대다수 전문가들이 말하듯 그건 아니다. 지난번 메르스 사태는 수도권에 쏠린 의료시스템의 문제점과 취약성에 대한 일종의 분노 섞인 경보였다.

이와 같은 편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산·경상 지역을 아우르며 차별화된 장점과 우수한 시스템으로 압도적 성과를 내고 있는 병원이 있다. 그 이름은 바로 부산대병원.

김창원 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대한외상인터벤션의학회장)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프라와 더불어 외상진료에서 모델사례를 구축하고 중증외상분야에 대한 연구, 관리는 물론 체계화된 진료시스템을 구축하여 중증외상환자의 사망률을 감소시켜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외상 분야에 대한 역할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인터벤션 시술 분야에서 큰 두각을 내고 있어 주목된다.

김창원 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대한외상인터벤션의학회장)는 최근 일간보사·의학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적 목표인 외상환자 예방가능사망률을 낮추는데 있어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히며 남다른 성공의 의미를 소개했다.

중증외상환자의 치료는 외상 후 적절한 치료를 받기까지의 시간인 ‘골든타임’이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인자이고 초기치료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혈이다. 중증외상환자들이 출혈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시간 내 받지 못해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외국의 경우에도 아직 외상센터에서 인터벤션 치료가 활발하게 시행되지 않고 있는데,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학회를 중심으로 헌신적인 인터벤션영상의학 전문의들이 외상센터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 연간 1,000명 환자 치료 속 예방가능사망률 15% 미만 달성 뛰어난 성적표= 특히 부산대병원은 최신 장비를 활용한 앞선 인프라와 더불어 외상환자에 대한 기본적 치료인 여러 전문분야별 전문의가 참여하는 다학제적 진료에 있어 유기적인 협진으로 간호사와 응급구조사 까지 매뉴얼에 맞춰 팀이 하나 되어 연간 1,000명이 넘는 환자를 치료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김창원 교수는 “미국의 잘된 시스템을 갖춘 레벨1 수준의 병원들도 600명에서 700명의 환자를 돌본다. 규모나 성과에서 굉장한 수준”이라며 “지표상으로도 지난해 기준 예방가능사망률을 15% 이하로 낮췄다. 단일병원으로 매우 훌륭한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대한민국은 중증외상환자의 예방가능사망률을 2020년까지 20%(2010년 35.2%, 최근 2025년까지 25%로 조정)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전국에 17개의 권역외상센터가 2017년 11월 29일까지 선정 완료됐다.

연구 업적도 뒤지지 않는다. 최근 유럽 최대 영상의학회인 ECR 2019에서 전창호 교수 외 이랑, 이창무(이상 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 전공의가 참석해 인터벤션 시술과 관련해 총 3개의 연구 발표를 진행하며 주목받은 것.

ECR은 북미영상의학회(RSNA)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의학 학술대회로 외상환자의 인터벤션 시술에 관한 연구 발표를 3개나 선정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외상 분야에 대한 인터벤션 시술의 역할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음을 시사한 것으로 국내 외상환자 치료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 열정과 헌신만 가지고는 한계, 절실한 ‘의료인력’= 이처럼 뛰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김창원 교수는 “워커홀릭과 인터벤션에 매력을 느낀 매니아만 바라보고 있다”며 책임이 무겁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국가에서 다양한 지원을 통해 응급의료와 외상센터에 대한 시설 및 장비 등 인프라를 마련에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나, 정작 이를 운영할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계속 되고 있다.

외상센터의 특성 상 24시간 외상환자를 위해 대기하고 치료를 해야 하는데 반해 충분한 수의 인터벤션영상의학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익은 창출하는 분야가 아니다 보니 민간병원은 한계가 명확하고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도 먹히지 않는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 교수도 “부산대병원은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열정 그리고 헌신만 가지고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전담전문의 인력을 제대로 채운 권역외상센터는 거의 없다. 어려운 부분이 너무나 많다. 정부와 의료계가 모여 공청회 등을 통해 신뢰가 생길 수 있도록 의견 차이를 좁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창원 교수는 “앞으로도 전국의 권역외상센터 및 응급의료센터에서 인터벤션에 대한 호불호를 줄이고, 중증외상환자의 치료에 있어 보조적인 역할이 아니라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환기를 계속하겠다. 의료인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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