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면역기능 밝혀내 논문 발표…중이염에 따른 청력손실 새 치료제 개발 실마리 제공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국내 의료진이 ‘코클린(Cochlin)’ 단백질의 새로운 면역기능을 밝혀내 주목된다.

코클린이 만성 중이염의 주요 원인인 녹농균의 침입과 증식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

연세대 의대 이비인후과 최재영·정진세 교수, 해부학 현영민 교수팀은 최근 코클린 단백질은 면역 세포들이 녹농균을 쉽게 찾아 공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를 진행했다고 22일 밝혔다.

연세의대 이비인후과 최재영 교수, 해부학 현영민 교수, 이비인후과 정진세 교수(사진 왼쪽부터)

만성 중이염은 내이 기관에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으로 염증을 일으켜 기관의 손상과 함께 난청과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최근에는 항생제의 과도한 사용으로 만성 중이염을 유발하는 세균들이 항생제 내성을 지니고 있음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또한 아직 인간의 내이가 세균에 대항해 어떤 기전을 통해 면역반응을 수행하는지 세계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이에 연구팀은 내이 안에 선천성 면역반응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생리학적 기전을 규명하려 했다.

이러한 면역 기전을 주도하는 핵심 단백질을 찾아 핵심 단백의 활성화를 통해 기존의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항세균성 물질을 발굴하고자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코클린 단백질은 내이로 침투하는 세균들(그림 중 섬모가 있는 녹농균)의 길목에 LCCL 펩타이드 형태로 집중적으로 분비돼(그림 중 흰색 점액성 동그라미) 청력을 담당하는 코르티 기관을 보호할 수 있게 했다. 세균들을 서로 엉키고 뭉치게 해 뒤늦게 모인 각종 면역세포들(그림 우측 하단의 백혈구)이 손쉽게 세균들을 찾아서 포식(飽食) 작용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다.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난청 혹은 만성 중이염 환자들에서 질환과 연관된 원인 유전자들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법을 통해 탐색·발굴했다.

이 중 ‘코클린’이라는 단백질이 내이 안쪽에서 세균 침입에 대항하는 선천성 면역 반응을 주도함을 밝혀낸 연구팀이다.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이 ‘코클린’ 단백질은 만성 중이염을 비롯해 인간의 다양한 질병들을 일으키는 녹농균의 침입과 증식을 억제해 청력을 보존하고 내이 기관의 구조와 기능을 유지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생쥐 실험에서 ‘코클린’ 단백이 제거된 생쥐의 경우 녹농균의 과도한 증식과 함께 내이 조직의 파괴에 따른 심각한 청력 손실이 유발됨을 밝혀 내이 안쪽의 선천성 면역반응에 코클린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와 관련 정진세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만성 중이염의 주요 원인인 녹농균이 내이 안쪽에 감염되었을 때 청력의 손실이 유발되나 코클린 단백질을 주입했을 때 청력의 손실을 막을 수 있음을 밝힌 것”이라며 “중이염 및 이에 따른 청력 손실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연구 의의를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어 “코클린은 특징적으로 안구와 내이에 많이 발현되기 때문에 앞으로 눈과 귀와 같은 감각 기관들의 다양한 감염성 질환에서 인체의 선천성 면역 반응 기전을 이해해야 한다”며 “나아가 이러한 면역 반응 기전을 활용한 새로운 면역 증강 요법의 개발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 기초연구지원사업으로 진행됐으며 지난 21일 세계적 학술지 ‘Cell Host & Microbe(IF 17.872)’ 온라인 판에 게재, 본 저널의 4월호 표지 사진으로도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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