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타 직업군 비해 스트레스 높은 것 사실…반면 과로사 증명 연계점 부족
명확히 입증한 통계자료 통해 입증해야 사회적 합의 얻을 수 있어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지난 설 연휴기간에 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과 길병원 전공의가 과로사로 사망한 사건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이에 따라 의료계 내부적으로 전 사회적으로 의사들의 노동 강도와 과로로 인한 사망에 대해 유의한 통계자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김연희 법제자문위원은 지난 21일 용산 임시회관에서 열린 ‘의사 과로사 해결을 위한 적절한 방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연희 위원에 따르면 의사는 노동 강도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윤리수준이 높은데다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이 수반돼야하는 만큼 타 직업군에 비해 스트레스가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의사가 다른 직업군에 비해 근로시간이 길다고 무조건 과로로 연결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제대로된 통계자료를 통해 과로사를 증명해야 사회적 합의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의 조언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과로 및 스트레스에 의한 질환 사망자 현황’에도 의사에 관한 별도의 조사 자료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김 자문위원은 “의사의 과로사 현황이 없어 객관적인 파악이 어려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조사가 선행돼야한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의사의 스트레스를 조사를 실시한 바 있지만 이마저도 과로사와의 상관관계에서 연계점이 부족하다는 것.

김 위원은 “의사는 기본적으로 육체, 정신노동을 함께하는 측면이 있고, 응급성과 가변성 때문에 사실상 휴식 없이 24시간 대기 상태라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라며 “다만 의사의 과로사까지 연결됐는지 입증할 통계자료는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적정 근무시간 등 극한 노동환경 개선 종합대책 필요=아울러 이날 토론회에서는 법적 근로시간과 별개로 응급상황 등 의사들이 쉴 틈 없는 열악한 진료환경을 개선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의협 정성균 기획이사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규정된 근로시간이 아닌, 사실상의 휴식 시간 없이 24시간 대기에 주 7일 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러한 극한 노동환경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충분한 휴식 없이 의사가 환자의 상태에 따른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라며 “좋은 진료환경에서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고, 의사와 환자 간 올바른 라포 형성도 꼭 필요한 조건”이라고 제언했다.

즉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무작정 의사 수를 늘리는 방안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의료인을 활용하고, 적정 근무시간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대한병원협회 김병관 미래정책부위원장은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료수급 불균형 해결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견이 있어 합치된 의견을 마련하기 힘들다”라며 “하지만 의사의 근로 시간은 국민의 건강한 삶으로 이어지기 위한 단계이기에 적정 근무시간에 대해 효과적인 담론이 제기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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