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암 세포 환경과 동일한 칩 제작해 항암 치료 재현…환자별 최적 치료 조합 도출 가능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국내 연구진이 5년 이내 생존률이 2%에 불과한 난치성 뇌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해 화제다.

3D 세포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치료법이 그것.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백선하 교수,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이상 공동 교신저자), 경북대학교 기계공학부 정영훈 교수,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이희경 박사(이상 공동 1저자)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백선하·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항암 치료로 증세가 호전된 환자와 암이 악화된 환자군을 대상으로 각각 암세포를 분리한 후 3D 세포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특수 제작된 칩에 세포를 배양하는 연구를 최근 진행했다.

그 결과, 칩 내부에서 기존 항암 치료와 동일한 암 세포 치료 반응을 재현했다는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 과정은 이렇다. 연구진은 먼저 인공 조직이나 인공 장기를 제작할 수 있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뇌암의 가장 흔한 형태인 교모세포종의 환경을 칩 형태로 동일하게 구현했다.

연구팀은 산소 투과성이 있는 실리콘으로 칩의 벽을 프린팅하고 그 안에 환자의 몸에서 추출한 교모세포종과 사람의 혈관세포로 이뤄진 바이오잉크를 순차적으로 프린팅해 동심형 고리구조를 제작했다.

실제 교모세포종의 환경을 모사한 칩에 세포를 프린팅해 배양하니 전통적인 체외 세포 배양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세포종의 병리학적 특징이 칩에서 재현됐다.

또한 항암 치료 효과가 양호했던 환자들에게서 분리한 3종의 교모세포종으로 제작한 칩들은 암세포 생존률이 약 40%이하였던 반면, 암이 악화된 환자들에게서 분리한 4종의 교모세포종으로 제작한 칩들은 암세포 생존률이 약 53% 이상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같은 대상의 위 교모세포종 칩에 기존의 단일 약물을 사용하는 표준치료법을 시험한 칩은 약 54%의 암세포 생존율을 보였으나, 최적 약물 조합을 시험한 칩은 암세포 생존률이 23%까지 떨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이 같은 결과는 향후 뇌암 치료에 있어서 환자별로 맞춤형 항암제 조합을 찾아내는데 세포 프린팅 기술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음을 확인한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논문 공동 1저자인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이희경 박사와 경북대학교 기계공학부 정영훈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3D 프린팅으로 복잡한 교모세포종 특징 모사가 가능함을 제시해 앞으로 다양한 암 칩 개발에 기술을 적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백선하 교수 또한 “이번 연구 결과가 앞으로 교모세포종 치료법 개발에 활용돼 치료의 어려움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지난 18일 게재됐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