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속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모니터링 기술 활용…질병 관리와 치료, 편리 및 자유 선사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4차산업혁명이 가져온 의료기기 분야의 비약적 발전이 환자들의 삶의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그리고 발전하고 있는 모니터링 기술들이 질병 관리와 치료에 있어 편리와 자유를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KMDIA-4차산업혁명의료기기특별위원회 세미나 전경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35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2019) 속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주최한 ‘KMDIA-4차산업혁명의료기기특별위원회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4차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변화하고 있는 한국 의료 산업의 다양한 동향과 제언들이 오갔다.

특히 이날 세미나에서 ‘환자가 들려주는 의료기기, 변화된 삶의 이야기’ 세션에서는 영상을 통해 의료기기 발전이 실제 환자들의 삶의 변화시킨 사례가 소개됐다. 복막투석, 소아 당뇨병, 파킨슨병, 로봇 기술을 이용한 의족 등 다양한 사례 속 환자들은 세미나 참석자들에게 환자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진정한 혁명이라는 깊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대표적으로 소아 환자와 가족들의 삶을 바꾼 사례 두 가지가 눈길을 끌었다.

복막투석 결과, 의료진 자동 전달…환자 불안감 해소

혈액투석과 달리 복막투석은 집에서 매일 투석을 하고 대개 한 달에 한번 병원을 방문한다. 투석을 위해 병원을 매번 방문하지 않아 일상이 비교적 자유롭지만 복막투석은 환자 스스로 의료진이 없는 환경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환자나 보호자가 느끼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환자는 투석 치료가 잘되고 있는 것인지 의료진에게 매일 확인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입장에서도 복막투석은 환자들이 치료를 잘 하고 있는지 모니터링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환자들이 매일 투석을 잘 했다고 해도 실제로 치료가 잘 되고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희경 교수(세미나 영상 발췌)

그러나 클라우드 기반의 환자 데이터 관리 시스템이 개발돼 자동 복막투석을 한 다음날 환자의 치료정보가 자동으로 의료진에 전달되고 의료진은 치료 결과를 검토, 분석, 평가를 가능케 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희경 교수는 인터뷰 영상에서 “환자가 투석을 건너뛰지는 않았는지, 검사 결과가 좋지 않은데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 답답한 면이 있었다”며 “매일 환자의 투석치료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환자와 의료진의 답답함이 모두 해소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정에서 복막투석을 진행하고 있는 한 소아 환자의 아버지도 “투석 중에 아이의 상태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어 답답한 면이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시스템을 통해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체크를 해주시니 정말 좋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더불어 해당 환자 관리 시스템은 의료진으로 하여금 환자별로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치료 방향을 설정하고 관리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강희경 교수는 “성장기에 있는 환자의 경우, 성장을 한 건지 투석이 덜되어 부은 건지 알기가 어렵다. 이렇게 투석을 어떻게 처방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경우에 서버를 통해 모은 데이터를 분석하면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4시간 연속 혈당 측정기가 빚은 소박한 자유

제1형 당뇨병을 가진 아이의 엄마는 수시로 아이의 혈당을 체크하고 인슐린 주사를 투여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 특히 관리 소홀로 인한 합병증이 올까 두려움이 앞섰다. 그녀는 아이의 더 나은 당뇨 관리법을 찾던 끝에 해외 사이트에서 ‘24시간 연속 혈당 측정기’를 구입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소프트웨어 기술자였던 그는 스마트폰과 기계를 연동하여 필요에 따라 인슐린을 주입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직접 개발했다. 한 소아 당뇨 환자의 어머니는 “기계를 사용하게 된 뒤에 아이가 더 자주 웃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롭게 외출이 가능해져 삶의 여유가 생겼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이어진 패널 토의에는 보건산업진흥원 박순만 단장,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이사, 인제대학교 배성윤 교수, 루닛 김민석 디렉터 등이 참여해 ‘환자 입장에서 본 미래의 의료 환경’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그들은 4차산업혁명 의료기기의 도입이 질병 관리와 치료에 있어 환자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조기 예방, 개인 맞춤 진단 등 첨단 기술의 혜택뿐만 아니라 의료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짐에 따라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데이터를 보고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기기에 대해 잘 알고 다룰 줄 알아야 하며, 정보가 많아지면서 환자의 선택권이 커져 그만큼 책임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이러한 변화에 맞춰 합리적인 제도 보완의 필요성도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는 “예전에는 의료기기 수급과 관련해 의료진이나 정부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됐다면, 지금은 환자나 보호자의 역할이 커졌다”며 “각 질환을 대표하는 환자들을 선정해 의료기기와 관련한 문제점을 정부, 의료기기 업체 등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면, 의료기기가 환자의 삶의 질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사회 흐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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