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빅5병원 쏠림현상 심각…전달체계 붕괴 넘어 폭발 가능성 농후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의원급 의료기관과 지역 중소병원들이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를 우려하고, 개선이 시급하다는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도시나 빅5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 의료인력까지 편중되면서 의료전달체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는 지난 17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첫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에 대해 강하게 우려했다.

왼쪽부터 지병협 위영훈 충남대표, 박양동, 이상운, 장일태, 박진규, 공동회장, 심정현 학술이사

이상운 공동회장은 “2~3년 전부터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무산됐고, 현재 실제로 붕괴되고 있는 분위기”라며 “이는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인력도 편중되면서 실제 의원이나 병원급 의료기관은 붕괴 직전에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정부에서는 의료의 질 평가와 가산제도로 인력을 보충하는 분위기지만 의료 인력자원은 한정적인 상황이다. 오히려 가산제도로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상급종합병원 외래환자가 증폭되고, 의사 1명당 150~200명 사이의 환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간호사만 보더라도 현재 338개 의료기관 18만 간호사 중에 11만3000여명이 대형병원에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

이 회장은 “병원급 의료기관은 대도시를 제외하고 시군구는 없거나 1개 정도 수준인데 결국 의료인력도 도심 중앙에 쏠려 있다는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림에 따라 의료인력도 몰려 나머지 의원이나 중소병원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상급종병은 좋은 인적자원을 수술 등 중증질환에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외래진료에 치중해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라며 “현 의료전달체계는 상급종병도 만족하지 못하고, 병의원까지 말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병원협의회는 인력자원이 제대로 배분될 수 없게 막고 있는 상급종병의 일명 간호사 ‘웨이팅’의 문제점도 제기했다.

지역병원협의회 심정현 학술이사는 “빅5대학에서 간호인력을 100명 모집하면 1000명이 지원한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낙방한 나머지 간호사까지 대기를 걸어놓는 것이 문제”라며 “더 큰 문제는 대기하던 간호사가 중소병원에 취업했다가 인수인계도 없이 대형병원이 원하면 바로 이직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지역병원협의회는 오는 4월 12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간호인력 수급의 현실과 제도개선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해 개선점을 찾아간다는 방침이다.

◆비뇨의학과, 약제비 차등화 확대로 상급종병 진입장벽 높여야=비뇨의학과 의사들도 빅5병원 환자 쏠림현상 등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의 불합리함을 지적했지만 인력이 아닌 진입장벽을 높여야한다는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이동수 회장<사진>은 지난 17일 더케이호텔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경증환자들이 상급종병으로 몰리다 보니 개원가는 환자 수가 줄고, 상급종병은 인력이 부족해 PA 등 대체인력까지 합리화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원, 병원, 종병, 상급종병 등에서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차등화하지만 약제비의 경우 제대로 차등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약제비 차등제는 경증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이용할 경우 환자가 부담하는 약값을 차등하는 것으로, 복지부가 고시한 100개의 경증질환의 경우 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으면 종합병원은 40%, 상급종합병원은 50% 비율로 부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회장은 “약제비 차등제는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을 찾는 비효율성을 낮추고, 일차의료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인 만큼 100개 질환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모든 질환으로 확대해야한다”라며 “약제비 본인부담금을 모든 질환에 30~60%로 차등을 두면 올바른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환자의 약제비 본인부담이 늘어나면 건보재정도 절감되고, 남는 재원을 희귀질환이나 개원가 수가 인상에 유용하게 사용 가능할 것”이라며 “상징적으로라도 약제비 본인부담에 차등을 둬 진입장벽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