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윤
연세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의료법윤리학과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의사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러나 의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 전체가 같이 바뀌지 않으면 어려운 영역도 분명히 많다.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 과식 및 운동부족 생활행태에 의한 비만과 같은 질병이 대표적인 부분일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정신건강 관련 부분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은 우리사회 전체의 문제에 의한 결과이다. 그러면 우리사회의 어떠한 면이 사람들을 자살로 몰고 가는가? 이에 대해서는 많은 분석과 검토가 있어 왔다. 하지만 자세하게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서 외세의 침략이 많았고, 이로 인해서 정치와 외교가 국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생존의 문제와 직결이 되어 있다. 최근에도 북한과 미국의 최고 지도자간의 회담과 그 결과로 인해서 우리 국민들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다시 긴장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다. 중국과 일본의 움직임도 우리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신적 스트레스 없이 그냥 편안하게 웃을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모든 사회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도 좁은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쟁하다보니, 유독 어린 시절부터 무엇인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피라미드’의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조기 언어교육, 영유아원과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경쟁을 하게 된다. 대학에서의 취업준비, 청장년 실업, 남성의 군대문제와 여성의 결혼, 출산 등에 대한 부담감 등도 여전히 스트레스로 존재한다. 결혼을 하게 되면 또 다시 본인이 겪었던 교육 경쟁에 뛰어 들게 되고, 자신의 노후 준비로 고민하게 되지만, 아직은 여러 사회보장의 질적 수준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 전체보다는 개인이 책임지고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이러한 삶 가운데, 좀 편안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아무런 부담감 없이 보낼 수 있는 기간이 별로 없어 보인다.

태어나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 한반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함께, 각자 달성하고자 하는 경쟁적인 목표들이 우리의 삶을 힘겹게 하는 것 같다. 이러한 사람들의 정신적 피로를 의사들이 해결할 수 있을까? 100년 전 독립을 위해 희생했던 선조들은 우리들에게 어떠한 나라를 물려주고 싶었을까? 100년 후의 후손들에게 우리는 어떠한 나라를 만들어 주고자 하는 것일까?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언제쯤 편안하게 웃으면서 삶을 즐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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