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의 12월 시범사업 실시 부정·한의계 안팎의 반발에도 급여화 추진 굳건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한의계 안팎으로부터 첩약급여화 실시를 둘러싼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최혁용)는 여전히 첩약급여화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의료계는 안전성의 이유로 한방 첩약 급여화에 꾸준히 이의를 제기해 왔다. 지난해 초 대한의사협회는 "현재 대다수 한약이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안전성·유효성 자료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급여화를 제기한 것은 건강보험 등재의 원칙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한의계 내부의 반발은 조금 양상이 다르다. 지난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구 발주를 통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기초가 될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 보고서'가 발표됐다.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임병묵 교수가 주도한 이 연구에 따르면, 수가 기준에 따라 4244억부터 5000억 이상이 급여로 투입될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시범사업 대상이다. 연구에 따르면, 1안으로 전국 모든 한방병원과 한의원에, 2안으로는 일부 시도에 한해서 지역 내 모든 한방 병·의원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약국과 한약국 등은 대상에서 배제됐다.

대한한약사회(회장 김광모)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성명을 통해 "이번 보고서 연구 및 시범사업 대상에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가 참여하지 않았으므로 한약정책을 결정하는 연구결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첩약 급여화의 연기와 용역 연구의 공정한 재실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약사회는 연구결과에 날선 비판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대한한약사회는 지난 10일 공청회를 통해 "건강보험공단이 연구 용역을 발주하면서 연구의 주된 목적을 기술한 요구서의 내용을 따르지 않고 단순히 한의사협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랐다"며 "또한 한약사회가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을 연구에 포함시키는 형태가 아닌, 해명하는데만 급급했으며 또 다른 관련단체인 약사회와 의사협회의 의견은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의협 관계자는 시범사업 확정 시 용역 연구 반영 정도에 대해 "한약사회의 반발을 떠나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주로 나온 연구 보고서는 그 자체로도 다양한 안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안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연구결과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과 정부와 협회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올해 초 최혁용 회장님께서 신년사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첩약급여화 의지는 변함없다"면서 "올해 중점 목표 중 하나로 지속적으로 첩약 급여화를 이뤄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3일 국회업무보고에서 12월 첩약급여화를 실시한다는 방침이 공개된 것 대해 김승택 심평원장은 "복지부와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하지 않았으며, 12월로 명시된 것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실수"라고 밝혔다.

비록 12월 실시는 무산됐지만 첩약급여화는 정부의 가시권에 있는 모양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최근 국회 한의약정책포럼에서 첩약급여화 등 한의약 보장성을 확대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의 시범사업 시기 논의에 대해 한의협 관계자는 "심평원의 12월 실시 공개 실수 이후로 구체화는 없다"라며 "시기가 미뤄지긴 하더라도 조만간 시범사업이 실시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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