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서울아산병원 교수, 세계 최초 의학영상 AI 임상검증 현황 분석 결과 발표
실제 임상진료상황 반영 정확도 검증 1% 수준…임상검증 간과하고 상업화는 부적절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국내 의료진이 의학영상 분야에서 인공지능 임상이 검증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관련 학계와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관련된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처음 일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근본적으로 제대로 된 임상검증을 촉진하는 것이 우선되야 한다는 시사점을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성호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은 최근 대한영상의학회의 국제학술지 ‘KJR(Korean Journal of Radiology: IF 3.072)’ 3월 1일자에 이 같은 내용을 게재했다.

박성호 교수팀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전 세계에 출간된 모든 관련 논문(Pubmed, Embase) 약 2700 건을 정리해 최종 516편의 유관 논문을 분석했다.

그 결과 516편 중 AI의 정확도를 어떤 형태이든 ‘외부검증(external validation)’으로 확인한 논문은 6%에 불과했다.

주목할 점은 ‘실제적인 임상진료상황에 맞춰(diagnostic cohort design)’ 정확도 검증을 한 경우는 1%, 좀 더 엄밀한 기준으로 임상적 정확도를 검증한 경우는 0%로 나타났다는 부분이다.

박성호 교수는 “의료용 소프트웨어는 의약품이나 치료용 의료기구와 달리 환자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의 소중한 신체와 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임상검증과 엄격한 사전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AI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내린 진단오류는 환자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그동안 의료 AI의 임상적 정확도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 것에 대해 국내뿐 아니라 미국, 영국 의학계로부터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실제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한 박성호 교수이다.

박 교수는 “예상보다 낮은 결과에 연구진도 놀랐다”며 “의료·의학영상 AI 분야가 임상검증을 얼마나 간과했는지 그간의 민낯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최근 들어 AI의 임상검증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는 제대로 된 임상검증 없이 AI의 국제 경쟁력도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는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박성호 교수

이에 박성호 교수는 의료 AI 산업의 진정한 육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단지 기술 개발 지원이나 규제 완화 및 신속한 허가와 같은 직접적 사업화 지원도 좋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제대로 된 임상검증을 촉진·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박 교수는 이번 연구가 최근의 의료·의학영상 AI 분야 연구들을 비판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교수는 “분석에 포함된 많은 연구들은 AI가 환자 진료에 유용한 도구가 될 기술적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연구들이지만 이 연구들을 임상검증 연구들로 오해하면 안된다”고 언급했다.

이런 초기 연구결과만 갖고 의료 AI의 임상검증을 간과, 섣불리 환자에게 적용하려 하거나 상업화에 집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박성호 교수는 “이번 연구가 임상검증 간과는 비윤리적이라는 점을 재인식시키고 향후 의료 AI 분야에 임상검증의 중요성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분석에 포함된 논문들 중 영상의학과 분야 연구는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의료 AI와 관련해 영상의학과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는게 박성호 교수의 강조사항이다.

박성호 교수는 앞으로 보다 많은 영상의학과 의료진들이 의료 AI분야의 리더라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환자를 위한 AI’라는 근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박 교수는 “영상의학과는 AI기술을 통해 환자진료가 향상되고 의료·의학과 의료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의료 및 기술·산업 모두를 균형 있게 바라봐야 한다”며 “좀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관련 정보를 생산·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의료 AI의 임상검증이 간과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개발자나 산업계가 현장의료와 임상검증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교육을 접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앞으로 의료인들이 AI 개발자 및 산업계와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육과 정보제공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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