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진료방법의 '합리적 재량' 범위 고려해 수술 집도한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 불인정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허리수술을 받고 성기능 장애를 보인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에서,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뒤집고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 모두를 기각했다.

특히 의사의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인정한 것이 대법원의 주요 판결 근거였다.

법원에 따르면, 원고 A씨는 경기도 C병원에서 전방경유 추간판 제거 및 인공 디스크 치환술 등 허리 수술을 2013년 7월경에 받았다. 이후 2013년 8월에 A씨는 타 병원들에서 남성 불임증 진단과 발기부전장애, 생식기 반응의부전 진단을 받았으며, 발기부전 장애는 호전되었으나 역행성 사정 등 기타 성기능 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A씨는 기억력 저하, 불행감 등 적응장애를 보이고 있다.

증상이 나타난 이후 A씨와 A씨의 아내 B씨는 수술과정에서 상하복교감신경총을 손상시켰다며 C병원을 상대로 총 2억 3천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할 것을 요구했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A씨 부부의 주장에 대해 병원이 A씨를 수술할 때 괄약근 등을 조절하는 ‘상하복교감신경총’을 손상시켜 역행성 사정을 초래한 주의의무 위반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고려해 A씨에게 2천만원의 배상과 아내 B씨에게 2백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항소를 통해 진행된 2심 판결 역시 동일했다. 2심 재판부에 따르면, A씨가 이전에 역행성 사정의 기왕력이 없었으며, 허리 수술 당시 천골 신경을 수술하는 전방 경유술에서 신경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무딘 박리기를 사용하는게 권장되는데도 B병원은 수술용 클립을 사용해 신경을 손상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또한 재판부는 전방 경유술이 후방 경유술과 달리 역행성 사정을 유발할 수 있는 신경손상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병원이 신중히 수술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다른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에 따르면, 병원이 전방 경유술을 택한 것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기에 주의의무 위반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의사는 진료를 하면서 환자의 상황, 당시의 의료 수준과 자신의 전문적 지식 및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며 "진료방법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때에는 진료결과를 놓고 어느 하나만 옳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수술용 클립의 사용에 대해서는 박리가 아닌 지혈에 사용했기 때문에 주의의무 위반 사유로 보기 힘들다는 판단을 같이 전했다.

아울러 법원은 수술 도중 상하복교감신경종의 손상에 따른 병원의 의료과실 여부에 대해서는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의료소송에서 증명책임 및 과실과 인과과계의 추정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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