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AIDS 치료, 약제는 발전되고 있지만 여전히 접근성에 한계 있어
GSK 비브헬스케어, 3개 등급 ‘유동적인 가격정책’으로 치료제 접근성 향상에도 앞장 서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

최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가수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함께 그가 투병했던 HIV/AIDS 질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당시에 ‘죽음의 병’ 이라 불렸던 HIV/AIDS 질환은 세월이 흘러 치료제가 발전하며 이제는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HIV/AIDS 질환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인식의 벽이 높다. 또한 근본적인 HIV 감염 관리를 위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의학신문·일간보사는 HIV/AIDS 의료전문가이자 감염인인 비브헬스케어의 커뮤니케이션 및 커뮤니티 관계 부서장으로 활동 중인 빌 패터슨을 만나 HIV/AIDS 질환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브헬스케어가 감염인 커뮤니티와의 파트너십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HIV 감염인을 중심에 둔다’는 회사의 원칙과 가치를 바탕으로 모든 업무를 진행하는 비브헬스케어는 HIV 감염인 커뮤니티의 리더를 초청해서 자문위원회를 개최하고 HIV 감염인들이 필요로 하는지 실질적인 조언을 듣고 또한 커뮤니티가 진행하는 여러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비나 과제비를 지원하고 있다.

비브헬스케어 빌패터슨 본부장은 HIV/AIDS 치료, 약제는 발전되고 있지만 여전히 접근성에 한계 있다고 지적했다.

HIV 감염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들에 대해 신청서를 받아 심사를 거쳐 직접 펀딩을 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커뮤니티가 정부에서 과제 지원비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도 하고 있다.

비브헬스케어는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커뮤니티와의 파트너십을 돈독하게 구축하고,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정부, 커뮤니티, 의료계, 연구계에 HIV 관련 주요 메시지들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30 여년간 HIV 질환의 전문가로 활동해오시면서 HIV 치료는 어떻게 변화했는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본인은 1994년도에 HIV 감염인이 됐다. 당시는 치료를 위해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HAART)이 사용되던 때로 최소한 3~6정을 동시에 복용해야 했고 혈중지질 수치가 높아지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겪었다. 하지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25년이 지난 지금은 ‘돌루테그라비르’라는 약물 덕분에 2제 요법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왔다. 돌루테그라비르를 기반으로 한 2제 요법은 이상반응이 적고,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우려도 적으며, 하루에 한 번 두 가지 약물을 복용해도 기존의 3제요법과 동일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 GEMINI 1 & 2 임상연구를 통해서도 2제요법이 3제요법과 동일한 효능과 안전성을 가진 것을 확인했다.

HIV 감염 초기에 하루 세 네번씩 약을 복용하며, 이상반응으로 하루종일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때에도 그저 치료를 할 수 있는 상황 자체에 만족했던 과거를 떠올려보면 최근 2제 요법으로의 변화는 혁신적이라고 생각한다.

◆HIV 감염을 알고나서 당시 시대상황상 사회활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환자 커뮤니케이션 쪽에서 일하게 된 이유나 계기가 된 일이 있었나?
감염사실을 알게 됐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무력감과 좌절감에 빠지고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이 없는 시기를 오랜시간 거쳤다.

하지만 긴 터널 끝에 한줄기 빛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것, 좌절감과 무력감에서 희망으로의 가교역할을 해준 것은 당시에 이 질환에 대해서 용기있게 목소리를 내주셨던 분들이었다.

사실 그 당시가 지금보다 HIV/AIDS에 대한 사회적인 낙인이나 부정적 인식이 훨씬 더 심했었던 시절이다. 그럼에도 사람들 앞에 나서서 당당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감염인의 삶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말씀해 주신 분들이 환자 커뮤니케이션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데 가장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내 개인적 상황을 통해 HIV 감염인들의 커뮤니티 전체에 무언가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의미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호주 국립HIV환자연합회에서 다양한 지역 및 국가, 입법 관련 기구에서 활동하다가 비브헬스케어으로 조인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호주 국립 HIV 환자연합회가 비브헬스케어와 긴밀하게 업무 협력을 맺고 있었다. 이 때 비브헬스케어의 ‘어떤 환자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미션에 크게 감명받았고, 내 인생의 목표와도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비브헬스케어와 여러 가지 업무를 함께 하다 보니 이들이 단지 구호로만 미션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HIV 감염인들을 위해 많은 것들을 시행하고 이행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회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비브헬스케어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기꺼이 그 기회를 잡았다.

AIDS라는 질환이 발견된 지 35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 차별이 매우 심하다. 또, 최근까지 많은 치료제들이 개발되어 비브헬스케어와 같은 회사들이 감염인들의 접근성 강화 정책을 다수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제가 필요한 모든 감염인들이 사용할 수 있을만큼 접근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호주의 경우, 호주에 살지만 영어를 못하는 호주 원주민, 빈곤 계층, 수감자, 정신질환자, 행동장애를 동반한 사람, 성소수자 등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렇게 소외된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 아직도 절실하다.

◆비브헬스케어의 미션인 ‘어떤 환자도 포기하지 않겠다’를 위해 비브헬스케어에서 시행중인 구체적인 프로그램이나 최근에 주목할 만한 활동은 무엇인가?
3개 등급의 ‘유동적인 가격정책’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전세계 어느 곳에서 살고 있어도, 어떤 여건에 있어도 HIV 감염인이라면 모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다. 현재 HIV 감염인은 약 3,7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3,000만명이 빈곤국가에서 발생한다.

비브헬스케어는 해당 빈곤국에서 활용할 제네릭을 개발할 때는 치료제에 대한 특허를 무료로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빈곤국가에서는 치료제들을 제네릭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어 연간 치료제에 드는 비용이 연간 65$로 상당히 낮춰져 있는 상황이다. 이외 나머지 500만명에 대해서는 협상가격으로, 선진국 감염인 200만명에 대해서는 시판가격으로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시민단체에 과제비를 지원한 사업 중에는 노숙인으로 살고 있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HIV 감염여부를 어디에서 검사 받을 수 있고, 치료제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들을 개발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최근 호주는 HIV/AIDS 감염위험이 높은 군에서의 감염률은 줄고 있는 반면 호주 원주민의 감염률이 약 4배 높았다. 이를 해결하고자 원주민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해 그들에게 정확하고 효과적인 정보전달을 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HIV 완치, 언제쯤 가능하다고 보시는지?
HIV는 완치법을 개발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바이러스다.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현재 HIV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과 노력이 전례 없던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비브헬스케어 또한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완치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사실 HIV/AIDS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질환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마약류 오남용자 등 감염인들이 속한 그룹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HIV/AIDS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빈곤층이 다른 소득층 대비 훨씬 높은 HIV 감염 위험에 처해있다. 동시에 이들은 가장 치료 접근성이 제한되어 있는 집단이기도 하다. 성공적인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어도 생활여건 등의 이유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브헬스케어 빌패터슨 본부장은 HIV/AIDS 성공적인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어도 생활여건 등의 이유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근본적인 HIV/AIDS 관리는 단지 우수한 치료제가 있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HIV 감염인이라면 누구나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가장 절실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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