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선택 성정(性情) 중요, 성취감 즐기고 사회적 마인드 있으면 도전해 볼만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피지훈 교수와 의대생 인턴 기자의 솔직 인터뷰

[의학신문·일간보사=동아인 인턴기자, 충북대 의대 예과2학년] 고된 입시를 끝내고 의대를 진학한 학생들의 고민은 어느 과를 갈 것인가로 이어진다. 과마다 전문분야가 다르고 자신의 성정(性情)에 따라 잘 맞는 과가 있을 것이고 잘 맞지 않는 과가 있기 마련이다. 많은 진료과목 중에서 특히 신경외과는 의대생들 사이에서 전공하기 어렵고 힘든 과로 여겨지곤 한다.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피지훈 교수는 모야모야병, 소아뇌종양, 뇌전증 등 신경계질환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다. 정복되지 않은 영역과 고도의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신경외과의 매력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대생 인턴기자와의 솔직토크가 최근 진행됐다.

■ 신경외과, 어렵다고만 하는 과목인데 어떤 학문인가요?

신경계는 내과로도 외과로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과, 외과, 신경외과로 나누어 보는 것이 좋다. 신경외과는 두 가지의 결합이다. 그 중 하나는 신경계를 보는 학문인데 우리 몸은 여러 학문의 계통으로 나뉘어 있다. 호흡기계 비뇨계와 같이 신경계는 몸의 여러 개 계통 중의 하나이지만, 실제로 신경계는 굉장히 특이한 성질을 갖고 있다.

의과대학 커리큘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의과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의 1/3이 신경계의 이야기이다. 해부학과 신경해부를 따로 배우고, 병리학에서도 신경 병리는 패턴 자체가 다르다.

다른 계통은 발생과정을 소아 질환의 경우 고려를 하지만, 뇌에 대해서는 뇌가 어떻게 생기게 됐는지 따져봐야 뇌의 기능을 이해할 수 있다. 뇌의 병태생리를 따지는 병리학이나 해부학 등등 신경학에 대한 모든 계통은 다른 장기들과는 구성 자체가 다른데 그 이유는 신경계가 인체에서 가장 중요하고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다양성을 고려하면 인체에는 2만 개의 유전자가 있고 그로 인해 발현되는 단백질이 10만여 개가 있다. 우리 몸의 장기 중 가장 많은 유전자를 쓰는 곳은 뇌이다. 이것을 다른 의미로 말하면 유전자 변이가 일어날 때 가장 취약한 장기가 뇌라는 것이다. 이것이 뇌를 복잡하고 특별하게 만들고 뇌의 발생과정에서 기형이 생기면 자연 유산(spontaneous abortion)이 생긴다. 발생과정에서 심장보다 먼저 형성되는 것이 뇌이다.

■ 신경계를 담당하는 신경외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신경외과는 상당히 재미있지만 힘들고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공자들은 재미를 느껴서 선택한 사람들이 많다. 타과와는 달리 신경외과는 불치병이 굉장히 많고, 불치병이 아님에도 수술로 인해 더욱 나빠질 수 있는 병이 많기 때문에 정상에 올라섰다고 말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특히 뇌는 더욱 복잡한 경우로 이어진다. 신경외과 의사 중에는 수술을 잘함에도 더욱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신경외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신경외과에서 ‘자신이 있다’는 말은 대체로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고, 정복되지 않은 분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을 할 수 없거나 아무리 수술을 잘해도 아무도 잘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 신경외과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나요?

신경외과는 2가지의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고도화되고 있는데 상당히 많은 기술을 쓰고 있다는 의미이다. 한동안에는 심장을 멈추고 수술하는 심장 수술이 가장 많은 인력과 장비가 들어가는 고도의 기술을 요구한 수술 이었는데, 지금은 오래된 기술이긴 하지만 발전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navigation 장치를 모든 수술에서 사용한다.

수술 중간에 MRI 나 CT를 쓰는 등 첨단기술이 적용되고 있고 다른 과와는 다른 형태의 수술로봇도 쓰이고 있다. 사람들의 꿈은 뇌의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다. 지금의 수술은 ‘destructive surgery(절제하고 분리시키는 것)’를 하는 것이라면 90년대에는 다양한 ‘neuromodulative device(신경조절장치)’들이 나오고 있다. 적응증이 맞는 환자들에게만 써야하고 효과적인 면에서도 한계가 있다.

■ 첨단기술이 많이 발전하는 것과 함께 사람이 해야 할 노력은 무엇인가요?

robotic surgery가 발전하는 동안에는 신경외과 의사에게 많은 도전이 요구될 것이다. 사람 손은 정교하고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은 360도 회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좁고 깊은 곳을 하지 못한다. 극도로 수술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사라진다면 다시 퇴보하기 마련이다. 기계과 기술의 발전은 그것을 극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칩을 이식하는 등 기술의 안정화가 이뤄진다면 10~20 년 후에 칩을 이식하거나 전극을 연결하거나 심어주는 것이 신경외과의 ‘main job’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극도의 발전과 함께 traditional한 disease를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신경외과 피지훈 교수

■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셨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뇌종양을 가진 18개월의 영유아였는데, 여러 번의 뇌 수술을 하면서 뇌가 붓고 수술하기에 여의치 않은 환경으로 변해갔다. 수술 환경이 어려워서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23시간의 수술(간호사 4개팀 교대)을 진행했다. 과거에 스승님들이 몇십시간 후에 종양을 떼었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수술을 오래하면 집중력과 수술 목적에 따른 효율은 떨어지고 혈관이 터지는 등 위험성이 더 커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환자의 경우 결국엔 종양을 다 제거해내었고 환자는 잘 걸어 다니고 있다. 이 환자의 수술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나의 한계를 넘어봤다는 것이다. 신경외과 의사들은 한 번 쯤 자신만의 한계를 보아야 성장할 수 있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더라도 학생이든 전공의든 교수든 간에 상관없이 한번쯤은 성장을 위해 자신의 한계를 느껴보는 것이 좋다.

■ 신경외과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나요?

신경외과는 힘든 면이 있다. 일단 공부할 것이 많다. 다른 과는 전공의를 3년으로 줄이고 자신의 전문분야를 fellow 하는 것이 낫지만 신경외과는 공부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신경외과 전공의를 3년으로 하고 자신이 원하는 소아 분야를 fellow 하기는 쉽지 않다.

전공을 선택하기에 앞서 자신의 성정(性情)을 잘 생각해보고 잘 버틸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연봉 차이가 많이 나는 등의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지만 동양권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반면 약간의 존경심을 느낄 수 있는데 동양권에서는 그것이 보상인 것 같다. 성정에 그런 존경심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의대생 중에 성취를 즐기고 사회적 마인드가 있거나 영웅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를 가질 만하다. 이런 사람들이 신경외과를 진심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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