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전문의 무죄·소청과 전문의-가정의학과 전공의 등은 집행유예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법원이 환아 오진 의사 3인에 대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와 집행유예 등을 선고했다.

수원지방법원 2심 재판부는 15일 열린 환아 오진사망 의사 3인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처음 진료한 응급의학과 A씨에게 무죄를, 변비로 진단한 가정의학과 전문의 C씨에게 금고 1년형에 집행유예 3년을, 영상 판독결과를 확인하지 않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B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에 집유 3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다.

이들 의사 3인은 지난 2013년 환아의 횡격막 탈장을 변비로 오진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부쳐졌다. D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A씨는 2013년 5월 27일 당시 복통으로 응급실에 처음 내원한 환아를 인계받은 후 엑스레이 촬영 결과를 보호자에게 보여주며 변비로 진단해 관장을 하고 증상이 호전되자 외래를 방문할 것을 지시하고 귀가 조치를 시킨 바 있다.

같은 병원 소아청소년과 B전문의는 5월 29일과 30일에 외래로 방문한 환아를 진료했으며, 진료 시에 폐렴증상이 의심된다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변비로 진단해 6월 4일에 다시 내원할 것을 명했지만 환아가 내원하지 않았다.

6월 8일 환아가 심한 복통을 호소한 후 찾아오자 D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 C씨는 복부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확인한 후 변비로 진단하고 관장을 실시한 후 귀가 조치 시켰다. 같은 날 오후 환아가 복부통증과 발열을 호소하며 E대학병원 응급센터에 내원했다. E병원 의료진은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급성 충수돌기염,긴장성 기흉 및 혈흉 등을 확인한 후 응급처치를 했으나 환아는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했다.

의료인 총궐기까지 몰고 간 1심 판결

사건 발생 후 사망한 환아의 유족들은 D병원과 E대학병원을 상대로 2억 6800만원대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2015년 5월 13일 서울지방법원 재판부는 E대학병원의 응급조치에는 이상이 없었으며, D병원의 진단상의 과실만을 40%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D병원은 판결에 따라 1억 4천만원을 유족 측에 배상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횡경막 탈장 진단 지연으로 환아를 사망하게 했다는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의사들을 형사 고소했다.

지난해 10월 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1심 재판부는 이들 의사 3인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B전문의에 금고 1년 6개월을, 응급의학과 A 의사와 가정의학과 C 전공의에 각각 금고 1년을 선고하고 도주의 이유를 근거로 이들을 법정 구속했다.

1심 판결에 대해 당시 의협과 26개 전문학회는 "초기부터 발견하기 어려웠던 횡격막탈장으로 인해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결과임을 사법부는 신중히 고려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제반 여건을 무시했다"며 "무조건 결과만 놓고 잘못됐다고 처벌한 것으로서 이러한 현실 하에서 의료현장을 지킬 의료진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계가 의사 3인에 대해 석방을 요구하며 지난해 11월 11일 총궐기를 벌이기로 정했으나, 이틀전인 11월 9일 의사 3인이 보석 석방됐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29일 유족 측과 합의해 형사 합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에서 응급의학 특성, 양형부당, 유족 측과의 형사합의 등 감안해 원심판결 파기

이후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은 법리 오해와 양형 부당을 이유로, 검찰 측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먼저 응급의학과 전문의 A씨에 대해 "응급의학은 급성기질환 등 환자를 제한된 시간 내에 불확실한 부분에 대해 검진하는 것"이라며 "응급의료를 담당한 의사의 과실과 관련해 최종 진단내용을 근거해 초진 당시 응급진료를 놓쳤다고 쉽게 평가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생긴 증상에 대해 추가 검사를 진행하지 않은채 피해자를 귀가시킨 것은 처치를 잘못했다는 의심이 들지만 응급실 내원 당시 피해자의 체온은 36.7도였고, 의식이 명료했다"며 "복부 통증 호소 외에는 통증 호소가 없었고, 복부는 평평했다. 흉부엑스레이 이상 소견은 보고서로 작성됐지만 피고인이 진료할 당시에는 참고할 수 없었으므로, 환아 사망과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B씨에 대해서는 재판부는 "의사가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판단하는 재량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선 안된다"며 "사실조회 결과, D병원 의료전달시스템 체계, 관리업체 담당자 진술 체계, 피고인의 응급실 진료기록 미확인 사실, 임상의학분야에서 실천되는 의학수준 등에 비춰봤을때 반복해서 복부통증 호소하는 환자 흉관찰 등 그 즉시 탈장 의심 못했다고 해도 추가 검사를 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재판부는 "응급실 진료기록이나 영상의학 보고서를 확인했다면 변비약 처방이 아닌 다른 처방을 했을 것이므로 피해자의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이를 B씨는 두 차례나 놓쳤고, 보호자, 환자에게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는 이상소견을 밝히지 않음에 따라 환아의 사망과 B씨의 부주의 간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가정의학과 전공의 C씨에 대해서 재판부는 "응급실 내원 당시 환아가 3차례 진료 받았고, 이상 소견을 밝힌 보고서도 있었지만 C전공의가 과거 진료기록을 확인 안했다. 확인 못할 사정이 있었다해도 가정에 비춰봤을때 업무상 과실은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료 특수성, 수련중인 전문의라는 사정 고려해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보호자가 변비약을 이미 처방 받았다는 사정을 이야기해 알고 있었음에도 변비 진단 및 처치만 했다. 중앙대 영상의학과전문의 소견에 비춰봤을때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요청했다면 다른 조치가 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고인 3인에 대해 형사 합의가 된 점을 감안하고,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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