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 94곳 전공의법 미준수로 행정처분…대전협, 전공의 사망 이유 관련 법 위반에 무게 실어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전공의법 시행 이후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되던 전공의 근무시간 허위당직표, 휴게시간 임의 제외, 근무 시간 외 처방 등이 실제로 존재 한다는 주장과 근거들이 나오면서 전공의법이 새 국면에 접어든 분위기다.

최근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고 지난 14일에는 보건복지부가 전공의법 미준수 수련병원에 행정처분을 내렸다는 자료가 공개돼 전공의법이 당분간 화두로 떠오를 전망인 것.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수련환경평가 결과, 전체 수련기관 244곳 중 94곳(38.5%)에서 전공의 수련규칙 일부를 미준수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상급종합병원은 전체 42곳 중 32곳(76.2%)에서 수련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

수련규칙 항목별 미준수 비율은 휴일 미준수가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주당 최대 수련시간 미준수, 최대연속 수련시간과 야간당직일수 미준수 순으로 드러났다.

복지부의 이 같은 발표는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이승우, 이하 대전협)가 매년 실시하는 ‘전국 수련병원 설문조사 평가’ 결과들과 대전협이 주장하던 각종 사안들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이번 전공의 사망 사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대전협의 강조사항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대전협이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사망 전공의 수련병원 허위 근무시간 당직표’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담겼다.

사망한 전공의의 당직표를 살펴보면 A대학병원은 정규근무인 오전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11시간 근무 중 수련시간은 9시간, 휴게시간은 2시간을 인정하고 있었다.

당직근무 또한 오전 7시부터 익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 중 수련 인정시간 20시간, 휴게시간 4시간으로 계산됐다.

이는 A대학병원이 일주일간 휴게시간을 포함해 주 87시간 즉, 전공의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나, 사실상 전공의가 휴식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제근무시간은 118시간에 달했다는 것이 대전협의 반박이다.

대전협은 “휴게시간의 임의 제외뿐만 아니라 제출된 당직표보다 당직이 3번 더 많았고 서류상 근무시간이 아닌 때에도 근무(처방내역)했다”며 “교육 목적의 8시간 연장 수련의 무리한 확대 해석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평균도 아니고 매주 동일하게 주 근무시간이 87시간으로 기록돼 있다는 점과 실제 1주 근무시간도 병원 측 설명과 30시간 이상 차이가 난다는 점도 지적한 대전협이다.

대전협이 공개한 A 대학병원 측 주장과 사망 전공의 실제근무시간 비교.

대전협은 “사망한 전공의는 주 168시간 중 118시간, 한달 평균 110.25시간을 실제 근무했다”며 “최대 연속근무시간도 병원 측은 35시간이라고 얘기하지만 59시간을 넘겼다”고 역설했다.

이를 토대로 사망한 전공의가 처해 있던 현실이 비단 일부 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이번에야말로 수련병원과 정부가 진정성 있는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대전협이다.

대전협은 “전공의법이 시행됐음에도 발생하고 공공연한 위법적인 일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현실인데 문제 제기에서 끝나서는 안된다”며 “누군가의 죽음으로 더 크게 확인된 이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전협은 이어 “수련병원은 법정 최소 휴식시간을 준수하고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정부도 익명제보 포함 전공의법 위반 여부를 적극 조사해 적법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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