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전공의 사망 관련 긴급 기자회견…"일부 병원만의 문제 아닌 것이 더 큰 문제"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허울뿐인 전공의법 아래 얼마나 더 많은 전공의들이 죽음으로 이를 증명해야 하는 것입니까?”, “전공의가 처한 참혹한 현실이 비단 일부 병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전협이 최근 발생한 A 대학병원 전공의 사망으로 재증명된 열악한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현실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사망의 원인이 과로사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전공의법 위반과 관련해 문제 제기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이승우, 이하 대전협)는 14일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서 ‘수련환경 개선 촉구 및 전공의 사망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대전협은 대한민국 전공의가 처한 참혹한 현실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드러난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려워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됐음을 강조했다.

이승우 회장은 “이번에 사망한 전공의의 경우 병원 측은 주당 80시간을 지켰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일주일 168시간 중 110시간을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것은 비단 A 대학병원 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대전협 집행부가 고인에 대해 묵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 고문, 사망한 전공의의 유가족, 이승우 회장, 여한솔 부회장.

실제로 전국 수많은 수련병원이 근무시간을 지킨 것처럼 보이기 위해 보장되지도 않는 휴식시간을 교묘하게 끼워 넣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전공의의 명의로 처방을 내게 하는 탈법적 행위까지 강요하고 있다는 것.

대전협은 의료계, 심지어 정부마저도 전공의법을 위반하면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이 같은 문제들을 모르고 있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이승우 회장은 “전공의들 모두가 알고 있는 문제이고 병원협회도 알고, 있고 의학회도 알고 있고,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알고 있다”며 “단순히 아는 정도를 넘어 대전협은 끊임없이 여러 조사를 통해서 이 문제를 상기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대전협은 전공의법을 감독해야 할 복지부가 수련병원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준다는 명목으로 2년이라는 시간을 부여했음에도 아직도 전공의가 아닌 수련병원을 배려하고 있는 모습을 비판했다.

이 회장은 “수련환경평가를 통해 시정명령을 받은 병원은 손에 꼽히고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아 수련병원 자격을 박탈당한 병원도 없다”며 “그렇기에 수련병원들은 과태료 100만원에 그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않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전협은 정부와 수련병원들 측에 3가지 요구사항을 촉구했다.

첫 번째로 전국 수련병원은 법정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승우 회장은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수련환경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한 적이 없다”며 “전공의법 시행으로 병원 운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만 반복하는 수련병원들의 뻔뻔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를 금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어 “두 번째로 정부는 익명으로 접수되는 제보를 포함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전공의법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또한 A 대학병원은 전공의의 죽음에 유가족에게 진정성 있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사망한 전공의의 유가족이 참석해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전공의 수련환경과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가족은 “똑같은 슬픔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에 실질적인 개선이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사망한 동생의 명예가 거짓이나 과장으로 포장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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