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민 서울의대 교수, ‘북미 관계 변화 따른 창의적 남북 교류협력 전략 모색할 때’ 강조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북한의 사회주의 보건의료 체계가 무너진 마당에서 일명 ‘장마당 의료’가 성행,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가올 통일시대를 대비해 북미 관계 변화에 따른 북한 보건의료 재정을 전망하고, 창의적인 남북 교슈협력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9일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 서성환연구홀에서 개최된 ‘북한 재난 의료 지원체계 수립 심포지엄’에서 ‘남북관계 및 국제동향을 고려한 보건의료 교류협력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를 통해 나왔다.

이날 박상민 교수는 북한과의 보건의료 동질성 회복을 위해 남북 보건의료 인력 동질화, 포괄적 통합, 재원 준비 등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사회경제 변화와 인구구조 변화 등 다각적인 이해를 통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보건의료지원 연도별 현황을 살펴보면 과거에는 남북 직접 지원이 전 세계 지원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지난 2011년에 교류가 중단된 이후 다자간기구를 통해서만 지원이 실시되고 있다.

이에 비감염성 질환 관리를 위한 대북 보건의료 지원은 감소했고, 북한 내 비공식적인 의료시장이 존재하기까지 이르렀다는게 박상민 교수의 설명이다.

박상민 교수는 “북한 내 보건의료 시스템 의료행태가 변화하면서 북한 내 보건의료재정이 부족해졌다”며 “결국 의료인에 대한 지불능력 저하를 야기했고 비공식 의료시장인 일명 ‘장마당 의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즉, 북한 보건의료 지불보상체계가 흔들리자 병원 운영만으로는 더 이상 생활을 유지해 나가기 어려워졌고, 의료인들이 의료기관에 집중하기보다는 장마당을 통해서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박상민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의료인들이 의료기관에서 진료나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시간 이후 환자를 방문해 치료하고, 제왕절개나 위절제술의 경우 30불 내외의 가격이 형성돼 있다.

아울러 장마당을 통한 의약품 거래도 활발한 상황.

실제로 북한 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장마당 구입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서 약 70%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병원에 약이 없어서 △의사가 약 처방을 장마당에서 하라고 해서 △병원약 보다 장마당 약이 효과가 있어서 등이 꼽혔다고 설명한 박상민 교수이다.

박상민 교수는 “이런 비공식 적인 의료시장은 보건의료체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비롯된다”며 “일차적으로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가 매우 취약한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북한도 저출산·고령화가 시작됐고 이에 따라 질병 역시 만성질환과 암이 많이 늘었다”며 “북한 주민은 증상 위주로 건강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만성질환과 합병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금연과 절주 등 보건교육이 북한에도 있지만 실천은 부족하고, 비만이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예방접종률이 나쁘지 않은 북한이나, 기본적인 질병 예방교육이 부족하고 결핵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남한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 박상민 교수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북한의 사회경제변화, 인구구조변화, 보건의료 변화 등을 고려해 향후 남한은 경제성 평가를 통한 재원 투입과 효과를 고려해 효율적인 교류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또한 보건의료와 영양 영역의 지원, 남북 보건의료 R&D 교류협력 확대 등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북한 보건의료 지원을 여러각도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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