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의 입원치료 관리 및 사회적 인식 개선돼야
응급의들이 원하는 것은 처벌 아닌 예방 통한 현장의 안정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정신의학과와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바라는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사전적인 환자 관리와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환자안전학회는 29일 '2019 안전한 진료환경 포럼'을 개최하고 최근 각종 의료계 문제로 화두가 된 정신건강 및 응급실 진료환경과 안전진료에 대해 집중논의했다.

먼저 발제에 나선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준호 교수는 정신건강의학 환경 현황과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발제에 따르면,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회원 604명을 대상으로 긴급 웹설문조사를 한 결과 폭언이나 협박을 당한 경험이 94.9%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부분의 폭언 협박 발생이 외래도중 환자로부터 일어났다.

손찌검이나 구타의 경험은 63.2%에 달했으며, 보호병동과 외래에서 이러한 일들이 주로 발생했다. 폭언 폭행과 마찬가지로 폭행 후 가해자는 구속된 경우가 현저히 떨어졌으며, 입원조치에 그쳤다.

최준호 교수는 “환자들이 우발적이거나 화가 치밀어서 그런게 아니라 조직적,계획적으로 구타를 벌인다”며 “신고조치가 적으니 교묘하고 반복적으로 일어난다”고 말했다.

최준호 교수는 이러한 위협이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에 따른 의료환경의 변화 때문에 영향을 받았다는 견해를 밝혔다. 2017년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은 비자의 입원시 보호자 2명의 동의가 필요하며, 전문의 2명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가능하다.

특히 발제에서 제시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이후 비자의 입원률이 크게 감소하는 등 사회적 관리가 필요한 정신과 질환자들이 대부분 환자 자의를 통해서만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법 시행 이후 전체 입원 환자수도 3.8%가 감소했다. 환자의 인권을 고려했다는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인해 오히려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지 못하게 되며, 이에 따라 정신과 진료환경 안전을 위협하게 되는 것이라는게 최준호 교수의 견해다.

또한 최 교수는 정신질환 환자들이 치료와 관리를 받지 못하는 이유로 사회적 인식의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최 교수는 “편견에 대한 문제 차별없이 진료받는것이 완전한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자와 그에 따른 입원치료에 대한 사회적 포비아가 많다”고 전했다.

발제에 따르면, 대구지하철 방화범의 경우도 뇌변병 장애였으나 정신질환자로 오도되서 오해받은 사례로, 이는 사회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식 악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최준호 교수는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환자가 입원을 떠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탈원화 개념이 중요한건 공감한다”며 “그러나 탈원화의 기조에 맞춰 사회로 돌려 보내기 위해 환자 시설을 초등학교 앞에 만들었는데 반대로 난항을 겪는 등 사회적 인식이 이를 가로막는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편견에 부딫히면 정신과 치료가 퇴보되고 환자들이 갈 곳은 교도소뿐이다”라며 “사회적 편견의 해결과 적절한 정신건강관리가 결국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든다”고 말하며 정신과 진료환경 안전을 위해서는 정신질환 환자들의 사전 치료 및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두 번째 발제에서는 이형민 고려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가 응급실 폭력의 예방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형민 교수는 “응급실 폭력 이후 여러 조치가 나왔으나 사후조치들은 그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며 “궁극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응급의들이 갖는 태생적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응급의들은 폭언을 하는 사람들에게 진료 거부를 할 수 없어서 문제며, 또한 멱살잡히거나 침뱉는 행위들은 진단서가 안나오기 때문에 입건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과 폭력행위 처벌에 대한 법률들이 나왔어도 여전히 폭력에 노출될 수 밖에 없으며, 사각지대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형민 교수는 응급실 폭력 처벌 등과 관련해 “응급의들이 원하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현장의 안정”이라며 “처벌강화식의 접근이 아닌 예방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예방조치로 이 교수는 △신고센터 설립 등 표준화된 병원폭력 신고 및 관리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한 적극적인 신고 유도 △응급실 과밀화 해결 및 폭력예방을 위한 응급실 디자인 변경 △병원장, 지자체, 지도감독 기관과 경찰·검찰 등 유관기관의 적극참여 방안 마련 등 사전적 예방 방안을 제시했다.

이형민 교수는 “이런 대안과 논의가 서류로 끝날게 아니라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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