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거의 없다. 그러나 모두 태평한 것 같다. 2006년부터 100조원 이상을 투입하였으나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아서 체념한 것인지, 자고 깨면 큰 사고가 터져 국민들의 위기감도 무뎌진 것인가.

지금까지의 대책이 출산율 향상에 왜 도움이 되지 않았는가. 지난 15년간 정부는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역점을 두었다. 보육에 대한 정부 책임 강화, 아동수당 제도,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한 육아 휴직제도, 근로조건의 개선, 주택 공급 등이다.

그럼에도 왜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할까. 우리 사회를 ‘헬 조선’이라고 한다. 취업, 결혼, 출산 등 모든 것을 포기한 ‘N포 세대’라는 말이 유행이다. 희망 없는 이 세상에 자녀를 낳아 어쩌란 말인가. 나의 절망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겠는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1천 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인구 5천만 명 이상으로 국민소득 3만 불을 넘는 나라는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사회 교통시스템, 안전(security), 의료, 무엇하나 선진국에 뒤지는 것이 없다. 의료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처럼 적은 비용부담으로, 신속하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자신을 비하할 만큼 절망하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내가 낸 세금이 헛되이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선출직 공직자들의 외유성 해외출장의 예를 들어 보자! 최근 모 기초단체 의원 몇 명이 캐나다 여행 시 벌인 추태는 많은 국민을 분노케 하였다. 이런 뉴스가 되풀이 될 때마다 국민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낸 세금을 도둑맞는 기분이다. 왜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는가? 국민은 어떻게 해 볼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진다. 바로 이것이 우리 사회를 ‘헬 조선’이라고 자조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 선출직 공직자-나아가 모든 공직자들의 긴요하지 않은 해외출장을 대폭 줄여 주기만 하여도 국민의 속상한 마음을 풀어줄 것이다.

더 이상 외국에 가서 배워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군(郡)이나 도(道) 의회 건물이 어느 나라보다 크고 고급스러울 것이다. 의원에 대한 대우도 최고일 것이다. 지방자치제도를 늦게 시작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선진국의 장단점을 잘 고려하여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쓰는 외유성 해외출장비에는 농어민이 낸 세금도 들어 있다. 독거노인, 기초생활보호대상자들이 소비하는 라면을 살 때도 예외 없이 세금을 낸다. 이렇게 아낀 예산을 미혼모, 독거노인, 장애인, 고아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쓴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어느 선진국 정부가 우리와 같이 공직자들에게 나라 돈으로 외유성 해외여행을 보내 주는가. 이런 것을 외국에 가서 보고 배워야 한다. 이를 개선할 때 국민의 정부와 자치단체에 대한 신뢰는 높아질 것이다. 우리 사회를 ‘헬 조선’ 대신 ‘굿 조선’ 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누가 말린다고 하여 시집장가를 가지 않겠는가. 누구나 자녀를 기르는 기쁨과 행복을 누리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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