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에서 기초의학 중요성 반영vs 교육방식 논의 선행 '대립각'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임상뿐 아니라 연구 분야에서도 우수한 의사를 배출하기 위해 의사국가시험에 병리학, 약리학, 생화학 등 기초의학에 대한 역량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행 의사국가시험에서 기초의학이 평가 범위에 실질적으로 포함되지 않고 임상의학 중심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의사의 기본역량인 기초의학을 배울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의학은 연구역량과 임상분야를 겸비한 의료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 평가시스템으로는 시대적인 요구에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
국회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은 대한기초의학협의회와 함께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 도입, 무엇이 쟁점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 의료계 참석자들은 현대의학에서 기초의학이 중요하다며 의사국가시험에 평가돼야한다는 점에 대해서 전반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부산대 의대 오세옥 교수는 “학교시험의 경우에도 강의시간에 따라 배점이 결정되고 학생들이 공부에 할애하는 시간 역시 함께 결정된다”며 “학생들은 공부할 것이 많기 때문에 국시에 나오지도 않는 과목에 스스로 시간을 투자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세옥 교수는 “시술위주의 임상실력만 평가한다면 의사는 의료기술자만 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의사는 국가가 환자를 진료하는걸 허락한 직역이기 때문에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위해 의학을 발전시켜 나가야할 의무가 있다”이라고 부연했다.
기초의학을 중요시하는 오세옥 교수의 의견에 신희영 서울대교수도 동의했다. 신희영 교수는 “임상의사가 임상에서 만나는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해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현재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질병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임상에서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부터 연구에 이르기까지 기초의학에 대한 지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희영 교수는 “인간이 단순 임상의로서 치료만 하는 것보다 향후 AI가 인간보다 더 잘하는 날이 올수도 있다”며 “앞으로는 인간만이 할수 있고 AI는 하기 힘든, 데이터를 해석하고 종합적인 사고를 통해 문제해결에 집중할 수 있는 의료인력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평가하는 것에는 우려를 나타내며“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통합적으로 평가 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지 이분법적으로 나눈다면 결국 기초의학을 강조하는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신 교수는 “이런 제도가 국가적으로 이뤄지면 좋겠지만 안된다고 한다면 서울대 의대에서 만이라도 시험을 통해 졸업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을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기초의학의 의사국가시험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도 주장됐다.
대한의과대학학생협의회 이동재 회장은 “평가방식에 대한 고민이전에 학생시절부터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평가방식만 바꾼다고 학생들이 통합적사고를 갖춘 인재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동재 회장은 “또한 이미 시험에서 기초의학을 반영하지 않는 것이 아닌데 또 과목을 추가하는 것은 수험생들의 부담만 가중될 뿐”이라며 “필기시험 비용도 28만원 정도인데, 국시를 추가로 보는 것은 비용에 대한 추가부담을 전가한다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곽순헌 의료정책자원 과장은 “기초과학의 도입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 통일되지 못한 사안에 대해서 정부차원에서 앞장서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며 “복지부 차원에서는 전국의대평가인증을 할 때 각 학교의 커리큘럼에서 기초과학의 반영 정도에 따라서 평가점수에 차등을 두는 방법도 해 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