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정 편집주간

[의학신문·일간보사=안병정 주간] 대한한의사협회가 '의료일원화'에 다소 공세적인것 같아 관심거리다.

얼마 전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올 한해 역점 사업계획을 밝혔는데 이 가운데 '의료일원화’를 새삼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대의료기기 사용 당위성을 밝히고 그 실현방안을 제시했으며, 한의대 교육개혁을 통해 통합의사를 양성하는데 힘을 쏟겠다는 주장을 폈다.

내용을 뜯어보면 그동안 '의한정 협의체'에서 해 오던 얘기를 되풀이하며, 톤을 조금 높인것 같은데 그 당당함은 예전과 달라보였다. 더욱이 의료일원화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논의의 이니셔티브를 의료계가 쥐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최근 최혁용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대차게 나온 것은 말할것도 없고, 근래의 의료일원화 논의에서도 ‘의협은 반대하고, 한의협은 찬성’하는 분위기가 됐다.

물론 의협의 반대는 각론에서다. 그동안 의협은 수십 년 전 부터 의료일원화를 숙원으로 여겨왔고, 이의 실현을 위한 대책위원회나 특별위원회 같은 것을 운영해 왔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의‧한‧정’ 협의체에서 마치 의료일원화 방안이 합의된 것 같은 소식이 들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막판에 의협이 펄쩍 뛰면서 ‘부정’하는 바람에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그럼에도 의료일원화 문제는 지금 국회를 중심으로 정치권은 물론 정부도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법안 처리 문제를 카드로 타협을 압박하는 중이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과거 의료일원화 논의에서 소극적이거나 수세적이라 할 수 있었던 한의계가 되레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자세다.

의료일원화에 대한 당위성은 이미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통합을 통해 실현해야 된다는 방법론까지 접근해 왔다. 다만 기존 한의사들의 업무범위를 한의사 면허범위로 국한할 것인지, 더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 때문에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다.

한마디로 면허통합이 쟁점이다. 의료계의 반대 측 논리는 ‘학문적 원리가 다르고 과학적 검증도 안 된 한방요법을 어떻게 용인하고 교류하느냐’는 것이다. 상당부문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대다수 의사들의 이 같은 정서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들도 의사와 같은 ‘의료인’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면허를 유지하며, 정부의 관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의사들은 이런 법적 지위를 내세우며 현대의료기기도 쓰겠다는 것이며, 첩약의 전면적 급여화 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의료인으로서 면허를 부여한 국가도 이들의 주의 주장을 무턱대고 외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치권은 더할 나위가 없다. 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 미묘한 상황 속에서 한의계는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위축됨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지평을 넓혀 온 측면이 있고, 앞으로도 대변혁이 없는 한 한방의 갈래는 더 넓고, 깊어질 개연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마당 이라면 '그대로두면 저절로 사그라들 한방의료'가 절대 아닌것이다.

그동안 의료계는 한방의 폐해를 지적하며 의료일원화를 의료인권개선 운동이라고까지 규정했었다. 그렇지만 지난날 논의의 과정을 보면 그런 절박한 의지 보다는 한의계의 백기투항만을 점치다 시간만 허비했거나, 실리를 잃은 측면이 없지 않았다.

어쨌거나 지금은 정부와 정치권이 서둘고, 한의협도 적극적이라 의료일원화를 합의 할 수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경륜가들은 국민건강과 의료의 백년대계를 위해 의료일원화에 관한 한 의협이 '자산과 부채를 모두 떠 안아야한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이런 명제에 부응 할 수 있는 의사 지도부의 결단과 회원들을 설득하는 리더십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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