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내용 표현-문구 오류 많아…검증 위한 상시 감수 활동 지원 예정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한의학회(회장 장성구)가 초·중·고 교과서에 실린 건강정보의 표현이나 문구 오류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에 앞장선다.

교과서는 학교에서 사용되는 교재로서 학생들의 과학 지식의 습득과 올바른 개념을 갖기 위해 내용의 신뢰성이 매우 중요하지만 생각보다 오류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의학회는 22일 지난해부터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교과서 92개 중 비교적 널리 사용되고 있는 대형 출판사 위주의 교과서 17개를 선정해 ‘국내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의 건강정보 오류 분석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 앞선 연구에 비해 상당 부분 개선됐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오류가 발견됐으며 특히 출판사 간 오류 정도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회에 따르면 학교에서 주로 활용되는 교과서에 실린 일부 건강정보가 명백하게 잘못돼 있거나 애매하게 기술돼 해석마다 차이를 보일 수 있는 등의 오류를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출산의 진행단계 중 △개구기→진통 제1기 △만출기→진통 제2기 △후산기→진통 제3기로 용어로 변경돼야한다는 게 의학회 측 주장이다.

이밖에 용어 오류로는 △생장호르몬→성장호르몬 △바이타민→비타민 △수란관→자궁관 △수정관→정관 △혈당량→혈당 △티록신→갑상샘호르몬 △정소→고환 등으로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

의학회 은백린 학술진흥이사(고대구로병원 소청과)는 “A출판사 교과서에서는 월경 시 진통제를 복용해도 견디기 힘든 경우 자궁내막염을 의심하라고 기술돼 있지만 이는 내막염이 아니라 내막증”이라며 “이외 성장이나 발달, 복합 골절 등 잘못 설명돼 있어 수정하도록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B출판사 고등학교 기술·가정

의학회에서는 이같은 오류들이 발견됨에 따라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교과서 건강정보의 지속적인 내용 검증을 위한 상시적인 감수 활동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장성구 회장은 “의학회는 그간의 연구를 통해 모든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가 갖는 무오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교과서 내용 오류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며 “의학회 차원의 교과서 내용 검증을 위한 상시적인 감수 활동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의학회는 오는 2월 8일 서울역 4층 대회의실에서 교육부 및 출판사 발행사 등을 대상으로 ‘대한의학회 교과용도서 감수사업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교과서 오류 정관계 무관심·비협조 아쉽다=이밖에 의학회는 교과서 오류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지 않은 정관계에 대해 아쉬움과 섭섭함도 내비쳤다.

실제로 교과서 오류는 검인정 교과서의 수정 자체가 교육부장관이 저작자 또는 발행자에게 수정을 요청하도록 돼 있어 강제성이 낮은데다 잦은 교육과정 개편에 출판사에서는 부담이기 때문에 실제 수정까지는 진행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의학회가 상세한 연구를 위해 교육부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비협조적이었으며, 특히 국회 공청회까지 모색했지만 이마저도 환영받지 못했다는 것.

은 이사는 “교과서 요류를 연구하기 위해 교육부 측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교과서 리스트를 요구했지만 교과서 선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라며 “오히려 연구를 해달라고 요청해도 모자랄 판에 정보도 주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장성구 회장도 “교과서 오류를 결정하는 것은 출판사 권한인데 의학회가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수정을 권유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국회에서 공청회를 준비하려 했으나 국회 쪽에서 거부 반응을 보여 솔직히 놀라고 화가 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사회지도층에서 오류에 정도의 차이에 대해 생각이 다른 것 같다”라며 “미래를 짊어질 모든 학생이 배우는 교과서의 오류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수정 작업을 거쳐 제대로 정보를 전달해야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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