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원회, 개선권고 의결…업계 “무조건적인 가격보고 의무 부여는 정부의 탁상행정”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규개위가 의료기기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서 의료기기 공급단가를 보고 항목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나서 그동안 의료기기업계의 바램대로 규제 개선으로 이어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는 최근 제425회 회의를 개최하고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 및 행정처분 기준과 관련 ‘공급금액 및 단가’ 항목에 대해 개선권고를 의결했다.

의료기기업계는 국민 안전성 제고를 위해 공급내역 보고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보고항목 중 공급가격과 단가를 포함하는 것에 줄곧 반대의견을 펼친바 있다. 반면 공급내역 보고를 통해 의료기기 유통시장이 투명화‧선진화돼야 의료기기 산업 발전 및 국가경쟁력 향상이 가능하며, 요양급여 적정가격 산정에도 도움이 되므로 찬성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의료기기법 제정 목적은 신속한 의료기기 추적관리를 위한 것인데, 시행규칙에서 공급가격‧단가가 포함됨에 따라 건보 재정 절감을 위한 가격정보 보고제도로 변질돼 상위법 위임범위를 벗어나며, 공급가격은 여러 조건과 상황에 따라 변동되는데 6만개의 의료기기 업체가 모든 거래내역에 대해서 보고하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앞서 ’17년 정부 행정조사 개선 과정에서 조사 목적인 의료기기 유통실태 파악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생산‧수입단가 항목은 삭제토록 했으며, 그 후속조치로 식약처는 기업부담 완화 및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가격을 제외한다고 해당 고시 개정 사유를 밝힌 바 있다.

정부와 같은 방향으로 가야하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의료기기 공급가격을 보고하게 하는 것에 대해 산업계는 깊은 우려를 하고 있었다.

또한 의료기기는 치료재료 상한가 제도를 통해 이미 1차적으로 정부의 가격제한을 받고 있으며 실거래가 조사제도도 존재하므로 기존 제도로 충분히 가격조사가 가능하지만, 의료기기 산업은 의약품과 달리 영세업체가 대부분이므로 의약품공급내역 제도(가격보고 포함)를 의료기기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 업체는 유통품질관리기준에 따라 공급내역을 관리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공급가격을 포함한 모든 거래내역을 누구든 확인할 수 있다”며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가격보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 정부의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위원회 논의에서는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가격보고는 법률 개정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며, 시행규칙에 반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현재 의료기기 산업의 영세한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제조업자의 최초 공급가격까지 보고하게 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으므로 최초 공급가격 보고는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등에 의견이 나왔다.

더불어 “공급가격 보고에 따른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우선 실시한 후, 그 결과를 규개위 보고하고 결과 확인 이후 시행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리베이트 단속 수단과 건보재정 건전화 목적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고, 산업구조 악영향 가능성도 높으므로 공급가격 보고 규제의 적정성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라는 주장도 있었다.

모 의원은 “중간 유통업자에게 모든 이익이 가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되므로 이 부분을 절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건강보험의 건전성, 의료기기 안전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면 가격 보고는 필요하되, 의료기기 산업 진흥을 위해 제조업자에 대한 최초 공급가격은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규제개혁위는 심의결과 개선권고를 의결하며 “의료기기 제조‧수입업자가 요양급여 대상 치료재료를 판매‧임대업자에게 공급한 경우 보고 대상에서 ‘공급금액 및 단가’ 항목을 제외(최초 가격보고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복지부 장관 요청시 식약처장이 중간 유통업자에게 공급금액‧단가를 포함해 공급내역 보고할 수 있게 한 규정을 삭제(중간 가격보고 삭제)해야 한다”며 위 개선권고 사항과 관련 시행규칙(안)의 조문번호 등이 달라질 것이므로 행정처분 기준도 함께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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