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안해도 외과계 진료과 있으면 전신마취 가능 수술방 갖춰야"
3년 유예기간 지난 올 부터 시행…보건소, 위반시 행정처분 예고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지난 2015년 강화된 수술실 기준이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적용된 가운데 외과계 진료과를 둔 일부 병원급 의료기관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 외과적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병원급 의료기관에 외과계 진료과목을 두고 있다면 전신마취가 가능한 수술실 기준을 준수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5년 의료기관 수술 환자 및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안전을 강화하는 개정 ‘의료법 시행규칙’을 공포한 바 있다.

이 시행규칙에는 외과계 진료과목을 설치하고 전신마취 수술을 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은 수술 중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수술실에 기도 내 삽관유지장치, 인공호흡기, 마취환자의 호흡감시장치, 심전도 모니터 장치와 정전시의 예비전원설비·장치를 반드시 보유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는 수술실을 의무적으로 갖춰야하는 외과계 진료과목 범위를 별도 정하지는 않았으나 대한의학회 분류기준에 따라 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재활의학과, 응급의학과 등으로 유권해석을 한 바 있다.

특히 일부 지역 보건소에서는 지난해 말 외과계 진료과목이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에 연락해 ‘수술실을 설치하지 않으면 15일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을 당할 수 있다’고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병원에서는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내과계 진료를 주로 보는 병원이 협진을 위해 외과에 해당하는 진료과를 두고 있을 경우도 수술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과계 병원이지만 전신마취를 하지 않더라도 불필요하게 수술실 기준을 강화해야하는 실정인 것이다. 예를 들어 안과의 경우 대부분 점안액으로 각막만 마취하는 수술이 이뤄지는데 전신마취 수준의 기준이 적용돼야하는 상황.

의료계 한 관계자는 “수술실 설치와 그 기준이 강화돼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행규칙을 만들 당시 내과계와의 협진이나 실질적 수술 현황은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부작용”이라며 “병원마다 진료형태가 다르고, 외과라도 전신마취를 하지 않거나 수술을 아예 안하는 곳도 있는데 기준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재활의학과 외과계로 착각 유권해석도 정정하기도=아울러 복지부에서는 수술실 강화 의무화 진료과목에 대해 유권해석도 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활의학과의 경우 내과계인데 외과계로 착각한 것.

재활의학과 한 전문의는 “복지부는 의학회 분류기준에 따라 재활의학과를 외과계로 봤는데 잘못됐다”라며 “의학회에서도 내과계로 구분하고 있어 복지부 측에 건의했고, 즉각 유권해석이 정정됐다”라고 설명했다.

의학회는 학문의 역사적 발전과정과 학문의 특성에 따라 8개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영역Ⅰ: 생리학 계열 학회 △영역Ⅱ: 해부학, 병리학 계열 학회 △영역Ⅲ: 사회(인문)의학 계열 학회 △영역Ⅳ: 내과학 계열 학회 △영역Ⅴ: 외과학 계열 학회 △영역Ⅵ: 영역Ⅳ 또는 영역Ⅴ로 분류되지 않는 임상의학 계열 학회 △영역Ⅶ: 연합 학회, 영역Ⅰ~Ⅵ의 학회의 연합적 성격을 갖는 학회 △영역Ⅷ: 유관 학회, 해당 학회의 회원구성상 의사(의협 회원)가 주도적이지 않지만 의학 분야와 관련성이 높은 학회 등이다.

여기서 재활의학과의 경우 영역Ⅳ에 해당하기 때문에 외과계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이 전문의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공문을 통해 의료법 시행규칙 제34조에 따라 수술실을 갖춰야하는 외과계 진료과목의 범위에 포함된 재활의학과를 의학회의 의견에 따라 ‘내과계 진료과목으로 변경한다’고 회신했다.

이 전문의는 이 같은 문제가 재활의학과만이 아니라 응급의학과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전문의는 “복지부는 유권해석에서 응급의학과도 외과계로 명시했지만 의학회 분류기준을 보면 임상의학 계열인 영역Ⅵ로 분류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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