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터졌다 하면 ‘조’ 단위 이다. 이 정도 되지 않으면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 분위기 이다. 신약개발 기술수출 이야기 이다. 물론 모든 임상과정을 거쳐 상품화까지 이뤄졌을 때 수익이 구현되는 만큼 총 계약규모가 조 단위라 해서 떼돈 번 것처럼 생각하면 함정이 있긴 하다. 이를 감안해도 계약금만 수백억~수천억에 이르니 만큼 일단 터졌다 하면 ‘대박’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너도나도 신약개발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영주 부국장

사실 2019년 새해에 대한 제약업계의 분위기는 ‘장미 빛’과는 거리가 멀다. 산업을 둘러싼 여건이 녹록치 않다.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약가인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토종 제약 입장에선 암울한 이야기 이다. 마케팅의 위축을 부를 수밖에 없는 의료기관에 대한 경제적 지출 보고서 작성 의무화, 기업 생산성 하락이 우려되는 주 52시간 근무제 등 기업 입장에서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부분을 찾기 어렵다. 실제 주요 제약기업들은 성장 보다는 내실 쪽에 무게중심을 둔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환경여건이 이렇다 해도 제약기업들의 R&D에 대한 의지가 쉽게 꺾일 것 같지는 않다. 기업 오너 및 CEO들의 신년사는 R&D투자를 통한 신약개발 및 해외진출 의지로 가득 차 있다. 지난 7일~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헬스케어 투자 컨퍼런스 ‘JP 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2019’에는 국내 내 노라 하는 제약 오너 및 CEO 대다수가 참석했다. 자사 R&D 비전 및 신약 파이프라인 등을 선보이며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능력있는 글로벌 사업 파트너 찾기에 열 올렸다.

국내 신약개발 역사를 새로 써 가고 있는 한미약품은 그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상품화를 위한 막바지 고비를 넘고 있는 중이다. 2020년쯤이면 그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혁신신약이 상품화에 성공하게 되면 그 과실이 단지 한미약품 개별회사 차원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신약개발국으로서 그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되는 만큼 위상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잇단 기술수출로 화제의 중심에 선 유한양행의 경우 한미와는 다른 차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유한양행의 경우 R&D투자에서 다소 늦은 출발을 보인 제약기업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풀이이다. 유한양행의 신약개발 R&D는 이정희 사장 취임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이전 ‘1등 유한’을 주창하며 외형성장에 방점이 찍혔던 것에서 그의 취임과 더불어 ‘신약개발’로 방향전환의 필요성이 강조됐던 것. 이 사장의 취임은 2015년 3월 이뤄졌고 그 때쯤 한미약품은 조 단위 기술수출 대박을 터뜨렸다. 유한양행은 그 이후 불과 4년이 채 안돼 바이오 벤처와의 오픈 이노베이션, 자체 개발품으로 전 임상도 이뤄지지 않은 초기 연구단계에서의 기술수출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 단위 기술수출에 연이어 성공을 알리며 R&D분야에서도 최고 기업 중 하나로 우뚝 섰다.

국내 제약기업들의 JP모건 헬스 컨퍼런스 참여 러시 및 유한양행의 잇단 기술수출 낭보는 2019년 현재 제약기업들의 신약개발 의지를 설명해 주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의 제약산업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해 주었다는 풀이이다. 고용창출에 목마른 문재인 정부가 지원하고 육성해야 할 산업이 어떤 산업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실마리도 되었을 것이란 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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