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여자 모낭에 존재하는 수지상세포 제거 후 인간화마우스에 이식…이식 모낭 새로운 모발 생성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국내 의료진이 탈모 환자가 면역억제제 복용 없이 다른 사람의 건강한 모발을 이식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목된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사진 왼쪽)와 김진용 임상강사

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팀(제1저자 김진용 임상강사)은 최근 면역억제제가 필요 없는 동종 모발이식에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탈모는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탈모 치료는 많이 진행되지 않았을 때의 경우, 약물요법(바르는 약-미녹시딜/먹는 약-피나스테라이드, 두타스테라이드)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치료제의 효과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진행이 된 경우엔 모발이식을 고려한다.

특히, 항암제가 유발하는 영구 탈모나 심한 안드로겐성 탈모 환자에겐 모발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의 모발이식은 일명 ‘자가모발이식’이다. 타인의 모발을 이식할 경우,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가모발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진 것이다.

간, 신장 등의 장기와 달리 탈모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경우가 아니기에 면역억제제 복용을 동반한 동종 간 모발이식은 고려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서울대병원의 설명이다.

‘자가모발이식’ 또한 건강한 모낭을 함유한 본인의 피부조각을 때어내 탈모가 일어난 부위에 뿌리째 이식해 환자의 남아있는 모낭을 활용하는 방법이긴 하나 새로운 모낭을 얻을 수는 없다.

모발이식 후 자외선B 처리군은 새로운 검은색 모발을 만들어내며 6개월 이상 생존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인체 면역작용에 관여하는 수지상세포에 주목해 연구를 진행했다.

수지상세포는 사람의 몸속에서 종양과 같은 비정상적인 세포가 생겼을 때 이를 인식한 뒤 면역 T-세포에 공격을 요청하는 역할을 한다.

이식된 장기도 이를 이물질이나 병균으로 생각하고 T세포의 공격을 유도하는데 특히, 연구팀은 공여자의 수지상세포가 급성 면역거부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연구팀은 피부과 치료법으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자외선B 조사를 통해 공여된 모낭에 다수 존재하고 있는 공여자의 수지상세포를 모낭에서 모두 빠져나가도록 유도했다.

이어 연구팀은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면역체계를 가진 인간화마우스 24마리에 동종 모발이식을 시행했다.

그 결과, 이식된 모낭은 새로운 검은 머리카락을 만들어 냈으며 모발은 면역거부반응 없이 6개월 이상 장기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모낭은 피부에 존재하는 독립적인 장기로, 면역거부반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면역특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발은 신체의 털을 말한다. 모발은 피부 표면 아래에 존재하는 모낭(털 주머니)에서부터 생성되어 위로 자라난다. 표피와 진피의 상호작용으로 모낭이 형성되면 이로부터 모발이 자라난다.

연구팀은 이어 “뇌와 각막 등도 이런 특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직접 항원제시에 관여하는 공여자의 수지상세포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에 존재하고 있는 기존의 모낭과 같은 상태를 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권오상 교수는 “면역억제제 사용이 없는 모발이식에 새로운 의학적 근거를 얻었다”며 “임상에 적용하기까지 난관이 있겠지만 기존에 불가능했던 새로운 이식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장기이식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미국장기이식학회지(American Journal of Transplantation)’ 온라인판에 최신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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