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서 고쳐달라’ 살해협박·여성전공의 향한 폭언 등 다양
이승우 회장, “정부·국회·의료계·시민단체 머리 맞대야” 호소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진료 중 환자에게 흉기로 살해 협박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반복되는 환자 폭언에 인턴 수련 도중 사직했습니다.”

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의 사망 사건 이후 대전협에 일선 전공의들의 ‘폭력’ 관련 민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이승우, 이하 대전협)는 최근 반복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민원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고 처벌 강화는 물론 안전한 진료환경이 구축돼야 한다는 주장을 9일 펼쳤다.

대전협이 공개한 민원 중 일부에 따르면 한 전공의는 진단서를 고쳐달라는 환자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살해 협박을 받은 바 있다.

민원을 제기한 A 전공의는 “장애 진단서를 발급받는데 유리하도록 의무기록을 바꿔 달라고 요구받은 적이 있는데 허위로 기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양심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생각해 거절했다”며 “이를 이유로 환자가 흉기로 위협하면서 죽여버리겠다고 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피교육자인 전공의의 미숙한 의료행위에 욕설을 내뱉거나 폭언을 서슴지 않는 환자들도 많으며 특히, 여성 전공의를 향한 언어폭력은 비일비재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턴 수련을 그만두는 사례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는 것.

또다른 민원 제기 B 전공의는 “여자 인턴이나 레지던트에게 욕을 하거나 무시하고 손찌검하려는 환자가 더러 있다”며 “주변에서 견디다 못해 인턴 수련 도중 사직한 사례도 몇 차례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전협이 시행한 ‘2018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조사대상 전공의(n=3999) 중 절반 이상인 50.29%가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력(폭언, 폭행, 성폭력 등)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중 폭언이 69.49%, 폭행이 18.69%를 차지했다.

대전협은 故 임세원 교수의 유지를 받들어 안전한 진료환경 마련을 위한 범사회적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며 환자가 차별과 편견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승우 회장은 “우리는 안타깝게도 훌륭한 스승을 잃었다”며 “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안위보다 다른 사람의 안전을 생각했던 교수님의 뜻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기억할 것이고 대한민국 1만 6천명 전공의들 또한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환자의 진료권, 의료진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의료기관 내 폭력이 이제 더는 용납될 수 없다”며 “국민 건강과 더 나은 대한민국 의료환경 마련을 위해 정부, 국회, 의료계, 시민단체 등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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