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운영위 등 별도 법정 조정기구 활용 요구 ‘한 목소리’…위원‧거버넌스 구성엔 ‘동상이몽’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의료계와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가 동시에 현 건정심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다만 거버넌스 구성에 있어 공급자와 가입자의 관점이 서로 다른 점이 많아 건정심 구조 개선 과정은 상당한 갈등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합리적 의사결정구조 마련을 위한 건정심 개편방안 모색 정책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이평수 전(前) 차의과대학교 교수는 ‘위원 구성의 편향성’과 ‘의사결정 과정의 한계’를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건정심 의사결정 구조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이평수 교수는 위원 구성의 편향성을 지적, 공단과 심평원 등 일부 공익 대표에 대해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산하기관으로서 공익대표의 자율성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정부에서 위원 교체 시 관련 단체와 소송 등의 갈등이 발생한다”면서 “가입자 대표의 객관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자 대표의 대표성 또한 지적사항으로 꼽혔다. 그는 ‘타 분야 의사결정 참여에 대한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며 약품과 치료재료 대표 참여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위원을 복지부장관이 임명하게 되는 구조에서의 편향성, 즉 장관의 재량권 남용 우려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으며, 공익대표에 대한 중립성 문제도 지적사항으로 꼽혔다.

위원 구성의 편향성과 함께 의사결정 과정의 한계도 주요 문제점으로 짚었다. 그는 “건정심 시스템이 근거에 의한 타협보다는 힘에 의한 다수결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며, 의사결정 내용과 무관한 위원이 참여하고 당사자가 배제되는 등의 환경변화 반영에 대한 한계점이 분명 존재한다”고 지적헀다.

이 교수는 결정기준, 즉 지침 또는 원칙의 부재로 객관성에 한계를 지닌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그는 “위원은 자주 교체되는데 원칙이 없는 게임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협상 결렬 시 결정 기준과 당위성 없는 페널티 등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이평수 교수

객관적인 위원 위촉 기준·별도 법정 조정기구 활용 필요

이 교수가 제시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현 체계, 즉 건정심에서 급여와 보험료를 결정할 경우 위원 위촉 시스템 정비와 위원회 운영 이원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으며, 다른 방안은 아예 건정심의 기능을 급여기준과 급여비용에 대해 ‘심의’만 하는 기구로 재편, 별도의 요양급여비용 조정 기능을 법적 조정기구로 활용하자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이 교수는 위원 임용 또는 위촉 기준에 대해 “공익 대표는 공급자 및 가입자가 추천하는 동수의 위원을 위촉하고, 가입자 대표는 정부의 임의성을 배제할 수 있도록 가입자 대표 단체의 연합체로 하여금 일정 수의 위원을 추천하도록 하는 방식 등 정부의 임의성을 배제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공급자 대표는 급여기준과 급여비용의 영향 정도도 반영토록 제안했다.

특히 그는 현 건정심 체계에서 별도의 법정 조정기구를 활용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위원회 운영을 이원화시켜 분야별 특이 사항은 전문소위원회를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보험료는 보장율과 수가 조정 결과를 반영, 별도 위원회에서 처리된다.

이 교수는 다른 방안으로 아예 건정심 구조를 재정비해 급여기준 등을 ‘심의’만 하는 방안도 주장했다. 심의 결과를 반영해 정부가 결정‧고시하는 방식이며 보험료는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심의토록 하는 방식이다. 보험료 역시 정부가 결정‧고시한다. 이 교수가 그리는 이 같은 방안 또한 별도의 요양급여비용 조정기구가 법적으로 존재하며, 합의와 표결 등으로 조정을 시도하도록 했다.

이 교수가 발표한 개선방안과는 별도로, 각 토론자들은 건정심 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개선 방향에 대한 시각은 단체마다 서로 달랐다.

서진수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주장에 공감한다"면서 일전에 심평원이나 공단 복지부까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음에도 불구, 보험료 인상과 관련해 3차투표까지 진행되는 동안 결국 마지막엔 보험료 인상은 공급자만 찬성하는 상황으로 진행됐다"면서 "공익 단체 입장에서는 가입자 단체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건정심에서의 주도는 복지부가, 수가협상은 건보공단이 하고 있다"면서 "(위원 참석과 관련) 객관성과 중립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열린사람들 김진환 변호사는 현 건정심 구조에 대해 공익대표의 구성 문제를 제시, 실질적인 캐스팅보트가 공익대표 8인에게 있음에도 불구 정부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진환 변호사는 “공익대표 8인 중 6인이 공무원이거나 국가산하기관 소속 직원이다 보니 건정심 심의가 정부의 의사대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로 인한 위원회 제도의 취지가 퇴색된다”고 비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김 변호사는 “만약 정부 측 인사를 포함시킨다면 정부는 의료비 지불자의 위치이므로 가입자 대표 중 2인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며서 “공익대표를 3인으로 축소해 실질적인 조정과 중재 역할을 하도록 하고, 가입자 측 추천 1인과 공급자측 추천 1인, 공급자‧가입자가 합의해 추천한 1인으로 구성해 가부동수일 경우 투표권을 행사토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반해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가입자의 참여를 좀 더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건정심 기능을 심의만으로 한정하도록 하고, 요양급여비용 및 보험료 심의는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로 권한을 이관시키도록 요구했다.

또한 재정운영위원회를 가입자의 재정 대리인 역할을 담당하게 하고 산하에 가입자위원회를 구성, 의사결정 구조에 가입자의 참여를 활성화시켜야 된다는 취지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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