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자기결정권 침해 근거로 환자 일부 승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법원이 한 대학병원을 상대로 환자가 낸 의료소송 항소심에서, 설명의무 위반으로 병원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원고의 일부 승리 판결을 내렸다. 이는 지난 1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것을 일부 뒤집은 것이다.

환자 A씨는 지난 2009년 대퇴부 골절로 인한 골수염 등의 후유증을 앓았고 이 때문에 치료를 위해 B병원에 방문했다. B병원은 A씨에게 ‘치료법으로 연장술을 고려할 수 있으나, 무릎 관절의 운동볌위 회복은 어렵다’고 설명한 후 일리자로프 외고정기를 이용한 대퇴골 연장수술을 제안했다.

A씨는 병원의 제안대로 수술을 받았으며, 수술 후 A씨는 골수염이 재발해 B병원에서 항생제 치료를 받았고, 골유함 미비 등을 이유로 뼈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또한 A씨는 수술 이후 무릎 관절의 강직이 발생해 관절경 및 일부 개방적 유착 박리 수술을 받았다. 박리 수술 이후에도 운동범위 제한이 개선되지 않자, 금속정 제거 및 대퇴사두근 성형수술을 받았다.

여러차례 수술 이후 A씨는 우측 대퇴길이가 1cm연장됐으나, 우측 무릎 관절 운동범위는 15도에서 60도로 수술 전의 0도에서 90도보다 악화돼 있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A씨는 △수술 부위 감염으로 인한 골수염 재발 가능성 예견할 수 있음에도 위험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점 △수술 과정에서 감염관리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수술 부위에 봉와직염과 골수염을 발생시킨 점 △불가피한 수술이 아님에도 위험성과 부작용 등 설명의무를 게을리 한 점 △A씨를 제쳐두고 A씨의 동생에게만 수술 설명을 한 점 등을 이유로 수술상의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근거들을 바탕으로 A씨는 B병원이 자신에게 약 1억 3천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주장했다.

이러한 A씨의 주장에 대해 서울지방법원 1심 민사재판부는 수술 후 후유장애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으며, 만성 골수염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질병이고 골수염이 재발했다고 해서 그것이 병원의 치료 과정상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B병원이 A씨에게 수술 전후로 1주일 동안 항생제를 투여한 점 등을 참고할 때 A씨가 주장하는 수술시 B병원의 과실 및 감염 부주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1심 재판부는 A씨의 동생이 서명을 한 수술 전날 외에는 A씨가 직접 서명을 한 점과 처음 내원했을 때 이미 우측 무릎 관절의 운동범위 회복이 어렵다는 설명을 들은 것, A씨의 담당 의사가 골수염이 재발할 경우 재수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과 함께 A씨가 직접 서명을해 설명을 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설명의무 위반으로도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B병원을 상대로 한 A씨의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

이후 A씨가 진행한 항소심(2심)에서 서울고등법원 2심 민사재판부는 이러한 1심의 원고 패소 내용을 기각하고 B병원이 A씨에게 1500만원을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2심 재판부에 따르면, 1심과 마찬가지로 수술 부위의 감염이 흔히 발생하는 것이고 A씨가 제시한 증거들만으로는 B병원이 주의를 다하지 않아 감염이 발생하고, 상태가 악화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환자가 성인으로서의 판단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친족의 승낙으로써 환자의 승낙을 대신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비록 A씨의 첫 병원 방문시 운동범위 회복이 어렵다고 설명한 바 있고 A씨의 동생이 수술동의서에 서명했기는 하나 이는 A씨에게 설명의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A씨가 수술 시행 결정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 B병원은 원고 A씨에게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 보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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