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보조비용 정부가 지원해야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주52시간 근로시간’ 바람이 불었지만 여전히 보건업은 특례업종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업종이라는 이유는 있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공공재의 성격을 가진 보건의료가 인력난 심화와 불균형이 존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의 실질적인 지원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인력 공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과연 전공의를 포함한 모든 의료인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준법진료, 주 52시간 근무를 하게 되면 우리나라 의료는 어떻게 될까?

사실 전공의들에게 주52시간은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이 2016년 12월 23일 시행되었고,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근무시간은 주 평균 80시간을 넘고 있다.

준법진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물론 전공의는 수련과정에 놓여 있다보니 전문의 등 타 직종과 달리 자신이 담당할 환자 수나 업무를 스스로 정할 수 없고, 병원에서 지시한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대적으로 경직된 근로환경에 놓여있다.

◇전공의 경직된 근로환경 놓여= 현재 전공의들은 대부분 대형병원에서 수련하고 있고 환자의 중증도가 높고 환자수도 많다. 특히, 전공의는 입원환자나 응급상황을 1차적으로 담당하고 있는데, 전공의법으로 근무시간에 대한 제한이 생겼지만, 환자를 앞에 두고 떠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다보니 주치의 1명이 주간에 담당하는 환자수가 30명이 넘고, 야간에 100명이 넘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주치의 1인이 안전을 담보하면서 책임질 수 있는 환자 수는 최대 15명 선이라는 미국의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터무니없이 많은 숫자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전공의 혹사의 근본적인 이유에는 기형적인 의료계 구조 안에서 값싼 노동력, 그리고 아랫사람이라는 인식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는 그동안 대형병원 중심으로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고, 이는 수련병원에 있는 적정 전문의 인력이 부족과도 이어진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환자를 전공의에게만 모두 맡길 문제가 아니라, 의사를 더 고용해서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의 수련보조비용은 없어= 병원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충분히 투입되어야 한다. 미국의 정부지원은 메디케어에서 약 70%를 부담하고 약 3조원 이상을 직접적으로, 약 7조원 이상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영국은 100% 부담하고, 약 2.6조원의 규모이다. 전공의 양성에 직접적으로 많은 재정을 투입하는 다른 OECD 국가사례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의료질평가지원금을 통해 10%조차 되지 않는 항목으로 간접적으로만 일부 지원 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의 수련보조비용은 없다고 봐야한다.

2017년 시행한 대국민 병원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국민의 74.4%가 전공의 수련비용에 동의하고 있어 재정지원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도 이루어진 바이다. 전공의 임금지원 시 예상되는 비용은 전공의 전체 지원 시 연간 6410억원, 육성지원과(11개과) 지원 시 1665억 원 수준이다. 전공의 임금뿐만 아니라 수련의 질 개선을 위해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고 이를 현명하게 배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단일보험체계를 가지고 있고, 수가는 시장경제가 아닌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의료체계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 양성에는 지원이 없는 반면, 국민에게 법조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조인을 양성하는데 있어서 사법연수원을 수립하고 월급을 제공했다.

◇수련병원 재정지원 담보해야= 언제까지 전공의 수련에 대한 운영을 병원에게만 맡길 것인가. 그리고 수련병원이라면 마땅히 재정적 지원을 담보하고 책임을 뒤따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쩌면 희생을 강요해온 병원보다 더 무책임한 것은 이를 방치한 정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의료기술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수준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 안에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을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업종에 일한다는 이유로 전공의를 포함한 보건의료인력의 노고를 더 이상 정부는 외면해서는 안된다.

우리도 똑같은 국민이다. 보여주기식 정책은 이제 그만 보여주길 바란다. 의료현실에서 개개인의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정책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인력난 심화와 불균형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은 결국 양질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국민건강과 환자안전 즉, 우리나라 의료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국민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정부가 전공의 수련보조비용 지원에 앞장서길 간곡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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