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화부터 지속가능, 경험과 모바일화 까지…“움직이는 병원 속 새로운 미래상”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해외 무역관이 수집한 정보를 분석해 다음 해에 유행 방향을 전망하는 보고서가 발표된다. 바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간하는 ‘세계 트렌드 시리즈’다.

2011년부터 꾸준히 시리즈를 발간해온 KOTRA가 올해 다시 ‘2019년 대한민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소개했다. 단행본 형태로 발간된 이 보고서에는 85개국 127개 해외 무역관이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참신하면서도 혁신적인 사업모델과 사례 등이 담겨 있다.

특히 내년도 5대 트렌드의 경우 ‘CDEFG’라는 철자로 함축된다는 설명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기기와 의료IT 분야의 내년 트렌드를 예측해본다.

먼저 C는 편의점&헬스장 또는 커피숍&빨래방 같은 ‘복합화(Combination)’를 가리킨다.

이제 한기능, 한제품 시대는 끝났다. 눈에 끼우기만 하면 혈당을 체크하고 약품을 투여하며 시력교정까지 해주는 '당뇨렌즈'같은 융합 의료기기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행정적으로도 과거 의료기기산업이 제품 판매 위주였다면, 의료기기와 의료서비스를 복합화한 헬스케어 전반을 제공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진행 중에 있다.

인트로메딕, 대장용 캡슐내시경 이미지

D는 폐플라스틱 재생 수영복이나 먹는 빨대 같은 지속가능 ‘개발(Development)’을 의미한다.

최근 섭취할 수 있는 카메라들 포함한 먹는 내시경이 개발돼 위장 수술뿐만 아니라 약물들에 센서로 부착되며 약들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분해돼, 온 몸 또는 특정 부위로 가는지를 확인하는 기술로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먹고 남은 홍합을 활용한 인체의 피부, 장기 등 생체적합성 접착제 연구도 활발하다. 인체에 무해해 수술 후 체액으로 가득한 수중 환경의 장기를 접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는 낯선 것에 대한 열망을 체험하게 해주는 ‘경험(Experience)’을 뜻한다. 대표 주자로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을 활용한 의료 분야의 접목이 있겠다.

KT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과 함께 VR·AR·로봇을 이용한 치매 노인 지원 사업을 오는 2월부터 본격 시작한다. 치매 노인이 머리에 VR 기기를 쓰고 해외 풍경이나 자연환경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직접 종이에 선을 그리면 가로·세로·높이 5㎝의 원통형 로봇이 선을 따라 움직이는 길 안내 놀이도 만들었다.

또한 수술 시뮬레이션과 지체장애아동 재활 치료를 위한 솔루션도 개발되고 있으며, 그루크리에이티브랩은 VR로 시각이나 상체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전정재활 치료 솔루션을 만들어 식약처 의료기기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F는 영역과 경계의 구분 없이 넘나들거나 심지어 포장이 없는 ‘제품(Free)’을 말한다.

주로 플라스틱 제품을 말랑말랑하게 만들기 위해 첨가되는 가소제로 널리 쓰였지만, 생식기능 저하와 호르몬분비 불균형 등을 유발하는 발암 물질인 ‘프탈레이트’ 성분이 함유된 수액 주머니, 혈액 주머니 및 튜브 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며 고심을 하고 있는 의료기기업계는 이제 수액을 섭취하고 케이스 자체도 약으로 흡수되는 시대를 내다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삼성헬스 모바일 검진플랫폼 구현 이미지

영국에는 실제로 이런 상상을 현실로 옮긴 스타트업이 존재한다. 런던에서 설립된 ‘스키핑 록스 랩’은 페트병 대신 생수를 담을 수 있는 식용 가능한 캡슐 파우치를 개발했다. 물론 음식을 정상적으로 섭취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있어서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천연 소재 만큼이나 이런 사회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G는 각각 공급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의 ‘모바일화(Go Mobile)’를 말한다.

코트라는 이번 보고서에서 ‘움직이는 병원’ 테마를 소개했다. 찾아가는 병원이 아니라 찾아오는 병원을 가리키는데, 과거에 의사들이 왕진을 나갔던 것처럼 시간이 없거나 몸이 아파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해 변신하는 병원과 의료기기의 미래상을 엿볼 수 있다.

과거의 왕진과 다른 점이라면 인공지능이 진료의 일정 부분을 담당한다는 것인데, 의료기기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간단한 진료나 질의응답은 매뉴얼화된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모습을 예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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