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중소병원, 복지부 내년 예산안 제외 실망…추가 시설 기준 강화 국가 지원 나서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정부에서 30병상 이상 병의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한 만큼 관련 소요 비용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으로 정부 차원에서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화재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영세한 병의원들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규제만 강화한다면 막대한 경영적 손실로 의사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에서다.

앞선 밀양 세종병원 화재현장

정부는 지난 6월 30병상 이상 병의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소방 관련법 개정의 적용을 받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병원은 1066개소로 1개소 당 약 1억7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의료계는 영세한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중소병원에서 이러한 스프링클러 설치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와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 설치를 직접 진행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복지부에서 국고 30%, 지자체 30%, 병원 40% 비율로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총 1148억원의 예산안을 작성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으나 전액 삭감된 바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내년도 예산안에 100병상 이하 중소형 병원을 대상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으로 85억원을 신설하려 했으나 결국 무산된 것.

앞서 정부가 4년 전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스프링클러를 의무화하는 과정에서도 예산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이번도 똑같이 지원책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복지부 예산에서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이 무산되자 의료계는 실망감을 내비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병의원 개설 당시의 시설설비 상태를 허가했는데 소급적용해 예외 없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설치기간 동안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통원치료나 입원 중인 환자들에게도 극심한 불편함과 건강악화가 유발될 수 있어 결국 의사와 환자간 신뢰도 무너진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이상운 회장은 “정부는 필요할 때만 의료의 공공성을 주장하면서 정작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등 정책에 대해서는 민간 자원에 의존한다”라며 “기본적인 건축법과 의료법에 따라 허가된 병의원에 추가적인 시설 기준을 강화하려면 정부가 직접 나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하는 말이 있듯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소방시설법을 일률적으로 강행할 것이 아니라 현장 파악을 통한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을 강구해야한다”며 “정부는 의료의 공공성을 위해 의사들에게 책임을 넘길 것이 아니라 소방안전시설의 재정지원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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