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활적폐 지목 사무장병원 요양병원과 엄격히 구분돼야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정부에 강한 유감 표명---피켓시위 벌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상만 기자] 전국 노인요양병원들이 정부가 생활적폐로 지목한 요양병원 비리, 즉 사무장병원이 마치 요양병원인 것처럼 비춰지면서 비리집단으로 내몰리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회장 이필순)는 20일 저녁 이사회를 열고 ‘요양병원은 비리집단도 생활적폐도 아니다’며 정부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11월 20일 정부 반부패정책협의회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양병원 비리’, 즉 사무장병원을 9대 생활적폐의 하나로 보고하고 대대적인 단속과 행정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이사진 들이 회의에 앞서 전국 요양병원을 생활적폐인 것처럼 발표한 정부에 항의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요양병원협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어느 조직이나 집단에서도 극소수의 일탈행위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9대 생활적폐에 ‘요양병원 비리’를 포함시켜 전국 1500개 요양병원이 요양급여비용을 부정 수급하는 범죄집단인 것처럼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사무장병원이 요양병원뿐만 아니라 의원, 병원, 종합병원, 치과, 한의원, 약국 등 의약계 전반에 걸쳐 문제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면서도 ‘사무장 요양병원’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국민들에게 대다수 요양병원이 불법 의료기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우려를 표명했다.

요양병원계가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발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 중인 대한민국에서 노인환자들의 쾌유와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요양병원 종사자들의 사명감과 자존심, 명예를 무참히 짓밟았고, 심각한 사기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는데 있다.

모 요양병원 종사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온갖 사람들에게 별별 소리를 다 들어도 꿋꿋이 버텨왔지만 대통령의 한 마디가 이렇게 사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고, 명예로움은 고사하고 보람도, 긍지도, 의지조차도 사라졌다"는 울분에 찬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필순 회장은 “요양병원들은 저질 병원과 사무장병원 척결을 그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고 있으며, 자정 노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전반적으로 요양병원이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고, 환자의 존엄과 안전을 보장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개별 요양병원들의 노력, 저질 요양병원과 사무장병원 퇴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밝혔다.

특히 “이보다 더 절실하고 시급한 게 있다. 그것은 바로 정부당국의 정책적 지원과 배려다.”라면서 “우선 정부는 본인부담금 할인 등의 방식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병원을 강하게 단속해 의료질서 문란행위를 바로 잡아야 하며, 그래야만 저가경쟁이 아닌 의료의 질적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사무장병원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해야 하지만 합법적으로 허가받은 요양병원들이 피해를 보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 줄 것도 요청했다.

일부 의료기관들은 사무장병원이라는 혐의만으로 요양급여비용 지급이 중단돼 폐업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고, 뒤늦게 무죄가 확정 되더라도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 협회측 설명이다.

따라서 정부는 현행 일당정액수가를 개선하고 보상 수준을 현실화해 요양병원들이 의료의 질 향상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필순 회장은 “요양병원은 비리집단도, 생활적폐도 절대 아니며 국민과 함께 고령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는 동반자다. 전국의 요양병원들은 정부가 힘을 보태준다면 어떤 험난한 길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노인의료 선진화, 존엄과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요양병원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임원진들은 ‘요양병원 생활적폐 우리모두 적폐인가’, ‘마구잡이 갑질단속 요양병원 죽어간다’, ‘적정수가 보장 없이 요양병원 미래없다’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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